[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남양유업 막말파문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태와 관련, 이 회사 대주주인 홍원식 회장의 관련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홍 회장은 회사내에서 공식적인 직함을 갖고 있지 않지만 사내 주요 의사결정을 해 온 것으로 알려져 이번 사태와 관련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특히 정치권이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 등이 발생할 경우 공식 직함 없이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 한 대주주도 처벌한다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홍 회장이 첫 타깃이 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피해자협의회 이창섭(40) 회장 등 2명은 지난달 초 남양유업 홍 회장과 김웅 대표이사, 이모 서부지점 지점장 등 임직원 10명을 공갈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이들은 남양유업 영업사원들이 지난해 5월부터 연말까지 51회에 걸쳐 인터넷 발주 전산 프로그램의 데이터를 조작, 주문량의 2∼3배에 이르는 물건을 대리점에 떠넘기고 명절 떡값 등 각종 명목의 리베이트를 챙겼다고 주장했다. 일부 임직원은 리베이트를 윗선에 상납금으로 바쳤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전직대리점주 8명도 다음주 중 남양유업 지점 3∼4곳의 지점장과 일부 영업사원을 고소할 예정이다.
검찰은 남양유업 본사와 서울 서부지점 사무실 등의 압수수색에 이어 사주인 홍 회장 소환도 검토중이다.
홍 회장은 남양유업 지분 19.65%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 주주이며 친인척 보유분을 합할 경우 21.56%에 달한다.
1990년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 올라선 홍 회장은 삼성엔지니어링으로부터 13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고, 추징금 13억원을 선고받은 2003년 일선에서 물러선 뒤 공식직함없이 10년째 회장직만 유지하고 있다.
공식직함은 없지만 회장실에 매일 출근하면서 경영현안을 꼼꼼히 챙기고 주요 의사결정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9일 회사측이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한 자리에서 전문경영인인 김 대표가 참석했을 뿐 홍 회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업계는 남양유업이 밀어내기 관행이 김 대표 이전부터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홍 회장이 이번 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남양유업의 경우 군대식 문화가 강해 상명하복 성향이 강하다"며 "김 대표가 전문경영인이지만 관리담당 전무를 지내면서 홍 회장의 지시를 받아 온 사람으로 전문경영인이라기 보다는 홍 회장의 대리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남양유업은 업계 내에서도 이단아로 통한다. 이오, 떠먹는 불가리스 등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밀어내기를 했고, 이 과정에서 경쟁사 헐뜯기로 시장을 잠식하는 등 상도의에서 벗어난 행태로 시장점유율을 늘려왔다. 2008년에는 생산한 분유에서 멜라민이 검출돼 논란을 빚기도 했다.
또한 2010년 12월 커피믹스 시장에 진출하면서 '카제인나트륨' 공방을 벌이며 경쟁사를 헐뜯어 식약처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
검찰은 이번 남양유업 불공정행위를 전방위로 확대하며 진위파악에 나서고 있다. 검찰은 조만간 남양유업 최대주주인 홍 회장을 피고인 자격으로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이광호 기자 k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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