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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업계 "이래서는 한국 다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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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산사고 나면 매출 5% 과징금, 반도체 업계는 조단위 과징금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평상시에는 관심도 없다가 사고 몇번이면 온갖 법이 개정되고 대책이 마련됩니다. 졸속하게 법안 개정에 나서다 보니 업계 사정은 들어볼 시간조차 없습니다. 결국 우리나라에선 반도체를 비롯한 전자 제조업을 하지 말라는 얘기와 같습니다."


지난 6일 '유해화학물질관리법 개정안(이하 유해물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한 뒤 반도체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가 한 말이다.

유해물법은 불산과 같은 유해물질이 유출될 경우 해당 업체에 영업정지나 해당 사업장 매출액의 10% 이하를 부과할 수 있는 내용으로 개정안이 마련됐다. 과징금 규모가 과도하다는 지적에 사업장 매출 5%로 낮췄다. 사업장이 하나뿐인 업체는 과징금을 매출액의 2.5% 이하로 더 낮추기로 했다.


당초 개정안보다 과징금은 크게 낮아졌지만 유해물질을 사용하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전자업계와 화학업계의 속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과징금 액수도 문제지만 국회와 정부가 체계적인 대책 없이 처벌만 강화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불산을 비롯한 유해물질을 사용할 수 밖에 없는 반도체 업계는 답답한 심정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사업에서 연간 30조원 이상을 벌어들인다. 미국 오스틴에서 생산하는 시스템반도체를 제외하면 국내 기흥, 화성 사업장에서 거의 대부분의 매출이 발생한다. 사업장 매출 5%라 해도 최대 과징금을 맞을 경우 1조원에 가까운 과징금을 내야 한다.


SK하이닉스도 국내에 이천, 청주 사업장만 갖고 있어 최대 5%의 과징금이 적용된다. SK하이닉스의 연간 매출은 10조원 규모로 중국 우시 공장을 제외한다 해도 수천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내야 한다.


매출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적자가 발생해도 과징금은 내야 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매출을 기준으로 최대 조단위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 이번 개정안"이라며 "정부 한쪽에서는 반도체 시설 투자를 늘려달라고 요청하고 있는데 누가 1조원 단위 과징금의 리스크가 있는 곳에 수조원의 시설 투자를 할 수 있는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 뿐만이 아니다. 디스플레이를 비롯한 국내 전자 제조업 상당수가 국회와 정부의 졸속 행정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전자업계의 입지를 좁게 만드는 것은 유해물법 뿐만이 아니다. 국내 투자를 한다 해도 일자리 확대 등을 고려해 반겨줘야 할 지역주민들의 부정적인 인식도 한몫한다. 국내 투자는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사는 지역만은 피해 달라는 '님비 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산업단지를 조성할때마다 불거져 나오는 특혜 시비도 한몫한다. 미국의 경우 주정부 차원에서 토지를 저렴한 가격에 임대하거나 세제 혜택도 부여하는 등 제조업 유치에 힘을 기울이고 있지만 국내는 투자 효과를 고려하지 않고 기업에 작은 편의만 제공해도 특혜 시비가 불거진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약 2조5300억원을 투자해 반도체 생산라인을 건설중이다. 해외 생산라인 중 최대 규모다. 시안시는 삼성전자에 세금면제 등 각종 혜택을 부여하며 투자 유치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지역 주민들도 삼성전자를 반긴다. 고용효과 때문이다.


SK하이닉스 역시 지난 2006년 중국 우시에 반도체 생산라인을 만든 뒤 5년 동안 세금면제 혜택을 받았다. 그 보답으로 우시 현지 인력 3400여명을 채용하고 있다. 앞으로 공장 규모도 더 늘리고 채용 규모도 확대할 계획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미국,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와 국민들이 제조업 유치와 해외 진출한 기업의 유턴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유독 우리나라에선 더 많은 투자를 요구하면서도 투자 여건은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면서 "정부와 국민 역시 투자를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 고용 효과 등의 장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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