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나무'의 발칙한 경매⑨]토지 위에 식재된 수목의 명도는 어떻게?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우리나라 산야에 수목이 식재돼 있지 않은 토지는 없다. 이 때문에 경매로 토지를 낙찰 받는다면 토지 위에 수목 또한 포함되는 것인지 아니면 전 소유주의 재산인지 애매한 상황이 많이 발생한다.
입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소유권 보전등기가 된 입목이나 명인방법을 갖춘 입목의 경우 독립된 부동산으로 취급해 매각에서 제외시킨다. 앞서의 두 가지 경우가 아니라면 토지를 낙찰 받은 매수자가 경매로 수목을 취득했다고 봐야한다. 하지만 낙찰 이후 명도 과정에선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지난 2010년 김모씨가 조상으로부터 상속받은 토지 중 5분의1 지분을 낙찰 받은 적이 있다.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해당 지분을 '공유물 분할 청구의소'를 통해 분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해당 토지 위에 식재돼 있는 수목이 문제가 됐다. 김씨는 조경사업을 하던 중 해당 토지가 경매에 처해지게 된 것이었다.
필자는 공유물 분할청구의 소를 제기하며 토지 위에 식재돼 있는 나무들의 소유권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을 알고 싶었다. 앞서 열거한 두 가지 경우가 아니기 때문에 전소유자의 소유로 보기 어렵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금전적 가치가 높은 수목에 대해서는 감정평가서상에 포함돼 있지 않다면 낙찰자가 취득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결을 내렸다.
나무가 발이라도 달려 낙찰 받은 토지에서 나가 줘야 재산권 행사를 할 텐데 전 소유자 김씨의 비협조로 인해 상당기간 재산권 행사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김씨는 식재된 나무를 이전하는 비용으로 무리한 금액을 요구하며 무단으로 토지를 사용하며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몇 개월이 지나 무단으로 남의 토지를 사용하고 있는 김씨를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 이에 토지사용료에 부담을 느낀 김씨는 이전비 청구 없이 본인 손으로 수목을 이전해 가게 됐다.
상당 기간 남의 토지를 사용해 수익을 올린 김씨가 괘씸해서 토지 임대료를 청구했으나 임료를 받아오지는 못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임대료를 받으려면 '감정 신청'을 해야 하는데 하시겠습니까?"라고 물었다. 감정을 하면 지료보다 감정료가 더 나와서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다는 것을 암시하는 대목이었다. 해봐야 실익이 없는 것을 굳이 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필자가 재판에서 얻고 싶었던 판결은 수목을 이전하여 재산권행사를 원활히 하는 것이었다. 경매를 통해 토지를 낙찰 받을 땐 해당 토지 위에 있는 수목에 소유권 보전등기 등이 돼 있는지 미리 살펴봐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버드나무' 강윤식(사진)은?
서울에서 태어난 필자는 경매를 업으로 삼은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태어나 바로 경매와 인연을 맺은 셈이다. 1990년대 사업에 실패한 후 본격적으로 경매에 뛰어들었다. 재고의 부담도 없고 번듯한 사무실을 갖춰야할 필요도 없었다. 시간도 자유로웠다.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경매의 매력에 푹 빠져 살다 보니 '365일 월세 받는 남자의 고수익 나는 경매'라는 책도 출간하게 됐다. 다수의 방송에서 경매 관련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지금은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프리버드"(cafe.daum.net/liberalbird)라는 카페를 바탕으로 후배를 양성하고 있다.
이민찬 기자 lee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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