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창익 기자]"정창영 사장의 지시와는 상관 없이 움직인 것이다."
지난 24일 오후 '코레일-롯데관광 정상화 합의…용산개발 기사회생' 기사가 나간 후 코레일 고위관계자는 협의를 담당했던 특정 본부장을 거론하며 "실무진 차원에서 협의를 진행한 것일 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청산 절차를 진행중이어서 그분은 이제 직책도 용산역세권개발사업과는 상관이 없다"며 "과거 사업을 맡았던 분들이 수습 차원에서 각자 롯데관광과 삼성물산을 나누어 맡아가며 논의를 진행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기사가 나간뒤 정부에서 급히 연락이 와 사태에 대해 문의를 했다"며 "이제 실무진 차원의 물밑 접촉도 불가능해졌다. 정상화는 완전히 물건너 갔다"고 했다.
이에 앞서 송석준 국토교통부 대변인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다른 언론에서 누가 그런(정상화 협의가 진행중이란) 말을 하고 다니는 지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것은 실무자 개인의 바람일 뿐"이라며 "사업을 재추진하지 않는게 코레일의 공식 입장임을 확인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코레일에서 곧 보도 해명 자료를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거론한 본부장은 기사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데도 막무가내였다.
잠시 후 코레일은 해명자료를 뿌렸다. 자료를 통해 코레일은 "용산사업 정상화 합의ㆍ재추진' 등 일부 언론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이어 "코레일의 공식 입장은 경영전략회의와 이사회 등을 거쳐 최종 결정되는 구조"라며 "사업해제 시(29일)까지 4일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상화 논의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쐐기를 박았다.
민간출자사측 복수의 핵심 관계자는 기자에게 "코레일과 특별합의서에 대한 수정 사안을 수도 없이 주고 받았고 오늘(24일) 최종 합의를 했다"고 전했다. 코레일측 협상 채널은 용산개발 시행사인 드림허브 이사회 멤버로 복수의 핵심 관계자들이다. 이들도 민간출자사들과 정상화를 위한 특별합의서 수정 내용에 합의를 이뤘다고 확인했다.
코레일 고위관계자와 송석준 국토부 대변인의 말대로라면 코레일측에서 협상에 나선 복수의 핵심 관계자들은 저마다 일개 '실무자 개인'일 뿐이며 '책임있는 경영진'은 아니다. 이들이 수백ㆍ수천번의 논의를 거쳐 합의를 이끌어낸 내용 또한 '개인의 바람'에 지나지 않으며 정 사장의 공식 지시와는 상관 없이 사업에 대한 미련에 개인 행동을 한 것이다.
또 정상화 논의가 불가능한 상황임을 알면서도 다수의 경영진이 오랜 시간 동안 실무 차원의 논의에 시간을 허송한 셈이다.
코레일의 다른 관계자는 특히 "(언론에서 거론되는) 그 본부장이 혼이 나는 것을 봤다"고도 했다.
코레일이 직급 체계상 본부장을 야단칠 수 있는 사람은 정창영 사장과 부사장 뿐이다.
그들의 말이 맞다면 핵심관계자들이 정 사장에게 '항명'했다는 것이고, 틀리다면 홍보실이 '거짓 정보'로 언론을 기만한 것이다. 정 사장과 그 핵심관계자들이 그동안 일사불란하게 코레일식 정상화 방안을 추진해온 점을 감안하면 전자의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과연 억대 연봉을 받는 핵심 관계자들이 개인의 바람을 실현시키기 위해 사장의 의지와는 반하게 민간출자사들과 오랜시간 사업을 살려보겠다고 고군분투했었던 것일까?
아니면 신뢰를 기본으로 하는 홍보실이 언론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것일까? 둘 중 어느 경우라도 한 나라의 철도 운송을 책임지는 공기업의 업무 처리 방식이 애들 유치원 수준이었다는 것 외엔 달리 해석할 방법이 없다.
김창익 기자 wind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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