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규제 자체에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는 것이 새 정부가 추구하는 창조경제와도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해양수산부 업무보고에서 발견한 '창조경제'사례를 두고, 22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내놓은 발언이다. 박 대통령은 해수부의 업무보고 이후 토론과정에 나온 사례를 두고 '신선한 사례'라는 평가와 함께 이를 인용한 것이다.
토론의 주제는 '선박평형수'다. 선박평형수는 화물을 싣지 않은 선박이 배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싣는 바닷물이다. 수십만t에 이르는 선박들이 전세계 항구를 오가며 선박평형수를 활용한다. 문제는 선박평형수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별도의 처리를 하지 않기 때문에 해양생태계의 교란이 온다는 점이다. 가령 브라질의 바닷물을 담아 인천항에 쏟아 붓는 식이다. 바닷물과 함께 해양생물들도 함께 이동하면서 생태계 균형이 무너지는 것이다.
때문에 국제해사기구(IMO)는 '선박평형수 관리협약'을 만들었고, 이에 따라 2017년까지 모든 외항선은 선박평형수처리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해수부는 앞으로 이 시장이 8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 대통령이 '창조경제'를 발견한 것은 여기서 부터다. 현재 IMO에 등록된 선박평형수 관련 공인 기술은 총 28가지고, 그 중에 10가지를 우리나라 기업이 보유하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선박평형수 관리 논의가 이뤄지던 시점부터 정부가 기업들과 이 같은 내용을 공유하고, R&D 초기 투자를 진행하면서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규제에서 새로운 시장을 발견한 셈이다.
해수부 관계자에 따르면 대통령이 이를 두고 '굉장히 참신하다'고 평가하며, 1차 토론이 끝난 이후 예정에 없던 발언을 내놓았다. 또 박 대통령은 22일 진행된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같은 사례를 소개하면서 "이런 창의적인 생각과 시도가 곧 새 정부가 추구하는 창조경제와도 맥을 같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해수부의 업무보고가 올해 사업에 대한 구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와닿는 주제가 많았던 영향으로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전했다.
세종=이윤재 기자 gal-r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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