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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정부 직무유기가 도운 기업 편법증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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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 몰아주기 등 편법 증여를 통한 대기업 소유주 가문 내 부의 이전이 만연해진 것은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의 직무유기 탓이 크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감사원이 어제 발표한 '주식변동 및 자본거래 과세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를 보니 그렇다.


2004년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증여세 완전포괄주의가 도입된 뒤로는 일감 몰아주기 등 편법 증여에 대해 정부가 얼마든지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과세당국인 국세청은 증여이익 산정 등과 관련된 규정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았다. 기획재정부도 그런 규정을 포함해 보다 분명한 과세의 기준과 틀을 마련하기는커녕 '그것은 국세청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방관했다.

말하자면 기획재정부와 국세청 둘 다 지난 9년간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태도로 일관한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 주요 재벌을 비롯한 여러 대기업 가문이 일감 몰아주기, 일감 떼어주기, 내부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 등을 통한 편법 증여와 변칙 상속을 거리낌 없이 해 왔다. 이는 부의 대물림으로 이어져 소수 대기업에 의한 경제 독과점을 심화시켰다.


감사원이 이번에 편법 증여의 사례로 제시한 것들을 살펴보면 그 규모와 폐해가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00년대 초에 설립한 비상장법인 현대글로비스에 그룹의 물류 일감을 몰아줘 총수의 아들로 하여금 2조원대의 주가차익을 올리게 해 재산을 간접 이전했다. CJ그룹은 총수의 동생이 설립한 비상장법인에 스크린광고 영업대행 독점권을 주었다. SK, 신세계, STX, 롯데에서도 편법적인 부의 이전 사례가 적발됐다.

감사원은 편법 증여 사실이 있는 9개 대기업 주주들에게 증여세를 부과하라고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에 통보했다. 재벌 가문의 편법 증여와 이를 통한 부의 세습은 오래 전부터 여러 시민단체들이 지적해 온 문제다. 조사하기가 어려운 문제도 아니다. 그럼에도 감사원은 지난해 여름부터야 조사에 착수했고, 새 정부 초기에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늑장감사ㆍ코드발표라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그러나 늦게나마 이 문제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분명히한 의미는 있다. 이제라도 법대로 과세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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