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승미 기자]대선 패배 111일만인 9일 민주통합당 대선평가보고서가 공개됐다. 문재인 전 대선 후보와 한명숙· 이해찬 전 대표, 박지원 전 원내대표 등 지도부 실명을 거론하며 '패배 책임론'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대선평가보고서가 당내 계파 갈등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비주류와 주류가 맞붙는 '5·4 전당대회'와 5월 중순 원내대표 선거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대선 평가위(위원장 한상진 서울대 교수)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패배 원인과 민주당 진로'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350쪽에 달하는 보고서는 ▲사전 준비와 전략 기획 미흡 ▲당 지도부의 책임의식과 리더십 취약 ▲계파정치로 인한 당의 분열 ▲민주당에 대한 국민적 신뢰 저하 ▲방만한 선대위 구성 ▲문 전 후보의 정치역량과 결단력 유약 등을 6대 패배 요인으로 꼽았다.
대선 평가위는 당초 지난달 말까지 보고서를 완료할 예정이었지만, 대선 패배 책임을 놓고 당 외부인사와 내부인사 간에 이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발표를 늦춰 왔다.
보고서는 "민주당의 대선 패배는 구조적 결함"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정치신인인 문재인 전 대선 후보의 리더십 부재를 질타했다.
문 전 후보에 대해 "리더십이 부족했고, 친노 세력에 대한 입장이 불분명해 당내에 혼란을 일으켰다"고 평가했다. 이어 "당내 경선 파행,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 국면 등 중요한 순간에서 침묵했다"고 지적했다. 또 문 전 후보의 국회 의원직 유지에 대해 "지역구민에게 한 약속을 지켰지만 일부 국민에게 기득권에 대한 집착으로 보였다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공식적인 대선 캠프 조직외에 친노(친노무현계) 비선 라인 개입 여부와 친노계인사들이 대선 승리 뒤 대통령 임명직을 맡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지 않은 것도 패배의 원인으로 꼽았다. 정치신인인 문 전 후보가 정당 장악력이나 동원력이 부족했다고
문 전 후보가 얻은 1470만표의 성격에 대해서도 "안철수 지지자의 65.2%는 문 후보에게 투표했다"면서 "문 후보가 얻은 득표의 45%가 안철수 지지에게 온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당 조직과 주요 인사들이 결과적으로 소외시켜, 동원 가능한 모든 자원이 동원이 어려웠다"면서 "특히 무지개 선대위와 민주 ·미래 ·시민 캠프의 운영이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해찬 전 대표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지난해 6·9 전당대회 당시 '이-박 담합' 논란을 낳아 당내 대선 예비후보들간 반목의 불씨를 제공했다는 것이 문제가 됐다. 이로 인해 경선 공정성 논란을 낳아 손학규 김두관 예비 후보들이 문 전 후보를 적극적으로 돕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지난해 4· 11 총선 당시 공천 실패 문제가 거론됐다. 문성근 전 대표 대행에 대해 "총선평가보고서를 후임자에게 제대로 인수인계하지 않았다"면서 "당 운영의 미숙했다"고 추궁했다.
야권 단일화 과정에 대해서 "쌍방이 무능력했다"면서 "양측이 자신이 서로 승리한다는 기본 가정위에 협상을 했을 뿐 다른 가능성을 예상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에 대해서도 "안철수 현상은 진행형이고 사회적 관심은 높지만 대선 후보직 사퇴이후 본인 행보에 대해 국민의 공감 정도가 저조하다"고 우려했다.
당내 계파를 향한 쓴소리도 담겼다. 친노 주류 세력에 대해서는 "총 대선까지 지속적으로 계파 기득권에 집착하다가 두차례 실패를 불렀다"고 비판했고, 486 정치인에 대해서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국민의 개혁적 기대를 꺾었다" 고 꼬집었다. 비주류 의원들이 선거기간에 지역구에서 선거운동을 하지 않고 국회 의원회관에 머물렀다는 점도 꼬집었다.
그러나 평가보고서 결과에 대해서 주류측은 반발했다. 대표 경선에 출마한 신계륜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 나와 "대선 평가보고서 발표가 너무 늦었다"면서 "전당대회를 앞두고 발표하는 것은 정치적 의심이 들정도로 적절하지 않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에 따라 차기 지도부를 뽑는 오는 '5 4 전당대회'에서 '대선 패배 책임 공방'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비주류측은 대선 패배론을 전면에 내세우며 친노 주류를 압박하고, 반면 친노 주류측은 대선 패배가 당의 전체 책임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통합과 혁신론'으로 맞선다는 전략이다.
김승미 기자 askm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