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정부가 지방의회의 의정비를 매년 공무원 임금 인상률 만큼 자동으로 인상해주는 대신 결정 주기를 1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매년 상당수의 지자체들에서 반복되는 의정비 인상 관련 갈등을 줄이기 위한 조치라지만 시민 참여를 제한하는 발상이라는 등의 반발이 나오고 있다.
안전행정부는 8일 지방의회 의원들에게 지급되는 의정비를 매년 공무원보수 인상률만큼 자동으로 인상해 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는 매년 지방의회별로 의정비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주민의견을 수렴,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있지만, 이를 4년 주기로 바꾸는 대신 매년 공무원 보수 인상률만큼 자동으로 올려 주겠다는 것이다. 안행부는 상반기 의견수렴 후 하반기 지방자치법 등 관련법령 개정에 착수할 예정이다.
안행부는 그동안 상당수 지자체의 지방재정 위기에도 매해 전국 지방의회 중 4분의 1 정도가 의정비 인상을 추진해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데 따른 개선조치라는 입장이다. 앞서 작년에는 전체 244개 지방의회 중 4분의 1에 가까운 55개 지자체가 올해 의정비를 작년대비 평균 4.5% 인상했다. 의정비를 가장 많이 인상한 지방의회는 무려 16.5%를 올린 경북 영천시의회이며, 8.8% 올린 강원 화천군의회와 7.4% 올린 부산 서구의회, 7.3% 올린 경기 김포시의회가 뒤를 이었다. 지방의회들의 잦은 의정비 인상은 주민들의 대표적인 불만사항으로 주민소송의 단골메뉴로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현재 진행 중인 12개 주민소송은 모두 불법 의정비 인상분 환수요구 소송이다. 서울 강동구와 용산구, 성북구 등의 의회를 상대로 한 소송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며, 서울 강서구와 서대문구의회를 상대로 한 소송은 2심 계류 중이다.
안행부 관계자는 "매년 의정비를 인상하려는 지방의회와 이를 제지하는 주민들 간의 논란이 끊이지 않아 불필요한 시비를 줄이고자 결정주기를 4년에 한 번으로 조정하려는 것"이라며 "지방의원 임기가 4년이어서 합당한 개선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안은 그 타당성을 놓고 논란이 벌어질 전망이다. 무엇보다 시민단체들은 "시민 참여를 저해하는 퇴행적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홍석인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 사무국장은 "지자체 재정자립도 등을 감안해 탄력적으로 의정비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공무원임금인상률 만큼 자동 인상해 준다는 것은 획일적 발상이며, 특히 시민들이 당연히 의정비 결정과정에 참여해 인상 여부 및 적정성을 검토해야 한다"며 "매년 자동 인상하고 의정비심의위원회를 4년마다 한 번씩만 열겠다는 것은 시민들의 참여를 저해하는 방향으로 퇴보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홍 사무국장은 이어 "지방의원들이 관광성 외유 등 구태를 많이 보여주고 있고, 본연의 활동보다는 잿밥에 관심이 많은 지방의회의 현실에서 의정비 인상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이 매우 차갑다"며 "얼어붙은 경제 상황과 높지 않은 지자체 재정자립도 등을 감안할 때 매년 자동으로 의정비 인상을 해준다는 것은 신중히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봉수 기자 bskim@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