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오는 8일(현지시간) 개막되는 독일 하노버 박람회가 러시아 경제개혁과 부패척결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듯하다.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은 이번 하노버 박람회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참석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함께 개회를 선언할 예정이라고 3일 보도했다.
최근 독일ㆍ러시아가 키프로스 구제금융 조건과 관련해 날선 신경전을 벌인 터라 두 정상 사이에 어떤 대화가 오갈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슈피겔은 이번 박람회를 통해 러시아와 독일 사이에 새로운 협력관계가 형성될지 주목하면서 러시아는 부패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슈피겔에 따르면 러시아 지도부는 그 동안 자국 기업들에 키프로스를 재무 기반으로 활용하라고 촉구해왔다. 금융 시스템이 러시아보다 안정된 키프로스를 통해 탈세와 자금 세탁 방지에 나설 생각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키프로스 은행들에 많은 러시아 자금이 쌓이게 됐다. 그러나 러시아는 허를 찔리고 말았다. 키프로스가 100억유로(약 14조5000억원)의 자금을 지원 받는 조건으로 예금 과세에 합의한 것이다.
이에 러시아 중앙은행 부총재 출신인 세르게이 알렉사첸코는 "유럽과 러시아 사이에
이제 협력이란 없다"고 발끈했다.
슈피겔은 키프로스 사태가 기존 방식을 수정해야 한다는 러시아에 대한 경고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경제는 글로벌 경제위기에도 탄탄하다. 지난해 3.4%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한데다 실업률은 6%에 불과하다. 유럽ㆍ미국ㆍ일본이 국가부채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러시아는 재정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만연한 부정부패, 올리가르히(신흥재벌)의 급성장, 정부의 지나친 간섭이 바로 그것이다.
슈피겔은 이런 문제들로 러시아의 경제 활력이 다른 '브릭스(BRICS: 브라질ㆍ러시아ㆍ인도ㆍ중국ㆍ남아프리카공화국)' 회원국들에 비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최근 푸틴 대통령이 특단의 부패 방지책을 내놓은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지난 2일 푸틴 대통령은 공직자들에게 3개월 안에 외국 은행 계좌를 폐쇄하라고 명령했다. 공직자들의 부정부패를 원천 봉쇄하기 위함이다. 이는 초대형 국영 기업 경영진에게도 적용된다. 이들은 보유 중인 외국 주식까지 처분해야 한다.
세르게이 이바노프 크렘린 행정실장은 "금지된 자산을 갖고 있다 적발되면 예외 없이 즉각 면직된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해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하는 공공 부문 청렴도 평가 지표인 부패인식지수(CPI)에서 174개국 가운데 133위를 차지했다.
독일 측의 요구는 법적 확실성과 경제개혁이다. 독일에 러시아 시장은 유망하지만 신뢰할 수 없는 곳이다. 따라서 법적 확실성과 경제개혁만 보장되면 더 많은 투자가 이뤄지리라는 게 슈피겔의 진단이다.
백종민 기자 cinq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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