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창익 기자]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4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한 ‘2013년 업무계획’을 보면 국토교통부의 용산역세권개발 사업에 대한 인식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용산사업이 최종 부도날 경우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파장보다는 철도 사업에 지장을 줄지에만 관심이 있어 보인다.
업무계획엔 용산개발 관련 항목이 국정과제 네번째인 ‘출퇴근 교통난 완화 대책’의 일환으로 다뤄져 있다. 대중교통 육성과 교통망확충, 택시산업 선진화, 철도경쟁체제 도입 등에 이어 다섯 번째 항목으로 용산개발 사업이 포함돼 있다.
보고 내용은 ‘용산개발은 민간 사업으로 국토부가 직접 개입할 성격은 아니지만 철도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4·1 부동산 정상화 대책을 요약한 '보편적 주거복지' 보고 내용엔 용산개발 관련된 내용이 단 한 줄도 없다.
국토부가 지난주 대통령 업무보고를 앞두고 용산개발 현안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 코레일 고위관계자를 처음 만났을 때도 창구는 철도운영과였다. 당시 코레일에서는 개발본부장과 용산개발처장이 용산개발 사업의 정상화 로드맵을 설명했다. 코레일은 철도운영 사업이 주목적인 공기업이어서 국토부의 소관 주무부서는 철도운영과가 되는게 정상적이다.
문제는 철도운영을 담당하는 공무원이 용산 개발사업 로드맵에 대한 이해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개발사업이 자금조달 문제에 부딪힌 이후 답보상태에 빠지자 부동산산업과가 발주처와 사업자간 이견 조율을 위해 중재에 나서고는 있지만 용산개발 사업은 조정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국토부에서 볼 때 용산개발 사업은 코레일의 부대사업에 지나지 않은 것으로 분류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다보니 용산개발 사업이 국토부 내부에선 천덕꾸러기가 돼 버렸다. 부동산산업과에선 관여할 수 없는 민간 사업으로 치부하면 그만이고, 코레일 담당부서인 철도운영과 입장에선 철도 운영에 지장을 줄 수도 있는 골칫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최근 철도운영과는 코레일에 철도운영사업과 부대사업의 회계분리를 지시하며 사실상 용산개발 사업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철도운영과장의 전결 공문 형식이었다. 전결자가 누구든 국토부의 공문으로 해석을 해야 하지만 정황상 철도운영과의 입장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 국토부가 사실상 용산개발을 중단하란 메시지를 전달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대해 철도운영을 담당하는 한 고위관계자는 “언급할 성격이 아니다. 이 정도 했으면 알아서 판단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했다. 분명하게 답을 해달라는 말에는 “시장에선 이미 사업성이 없다고 보는 게 아니냐”고 했다.
어느 정도 이해는 되지만 뒤집어본다면 본말이 전도된 상황인식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사업성이 있었다면 부도위기와 코레일이 정상화를 주도하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연출되지도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불개입 원칙을 고수하려면 적절하지 않은 물밑작업을 하지 말든지, 개입하려면 정상화를 위한 정부의 역할이 무엇인지 민간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적극적으로 고민을 해야 한다.
용산개발 사업이 최종 부도가 날 경우 31조원의 개발사업 청사진은 물거품이 되면서 세계적 망신살을 사게 된다. 또 당장 자본금으로 투입된 1조원은 물론 허공에 날릴 수밖에 없다. 용산개발 사업을 철도운영의 관점에서만 바라봐서는 안된다는 결론을 지금이라도 인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김창익 기자 window@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