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윤상직 장관의 발언 외에는 참석자 한 명씩 원론적인 이야기나 하면서 눈치만 보는 자리였죠."
지난 2일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산하 41개 공공기관장들과 만난 자리의 분위기는 대강 이렇다. 복수의 참석자들은 "인사에 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시기가 시기이니만큼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윤 장관이 첫 상견례 겸해서 공공기관장을 소집한 목적은 "정권 초기에 공공기관장들이 정신 바짝 차리고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라"는 당부의 말을 전달하기 위함이었다.
실제 윤 장관은 "공기업의 경우 밑에서 새는 바람직하지 않은 조직문화가 만연하니, 기관장이 직접 현장을 다녀야 한다"고 말했고 "현장의 애로사항을 찾고 각종 사고 예방과 중소기업의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 "에너지 분야는 안전과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민원과 지역주민, 협력업체 입장에서 생각하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윤 장관의 바람과 달리 이날 모임의 '성격'을 둘러싼 뒷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대표 공공기관인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 등은 몇 달 전부터 사장의 해외 출장 일정이 잡혀 있어 불가피하게 부사장이 대참했고, 한국서부발전의 김문덕 사장은 임기가 끝난 어정쩡한 위치에서 참석하는 등 시기적으로 급하게 모일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산업부는 불과 며칠 전에 각 산하 기관에 간담회 개최 공문을 보냈다.
A공공기관 관계자는 "전 부처 가운데 산업부 산하 기관이 가장 많은데 아직까지 아무도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는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토론 시간에는 새 정부 국정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를 말하는 일종의 다짐만 하는 자리였다"고 전했다.
임기가 끝났거나 만료를 앞둔 공공기관장들은 '거취를 알아서 고민해 보라'는 무언의 압박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실제 공공기관 일각에서는 '용퇴'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B공공기관 관계자는 "공공기관 안팎에서는 경영평가 결과가 나오는 6월까지 버텨보자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그 사이 기관장 임기가 끝나는 일부 공기업은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공백 아닌 공백 사태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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