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워크숍에서 박근혜 정부의 국정 키워드인 '창조경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허태열 대통령 비서실장, 정부부처 장관 등 정부와 여당의 지도부를 망라한 회의였다.
한선교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장, 이군현 국회 윤리특별위원장 등이 나서서 "도대체 창조경제가 무슨 말이냐"면서 '구체적'으로 설명하라고 다그쳤지만, 국정철학을 말하던 유민봉 대통령 국정기획수석비서관조차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고 한다. 워크숍에서는 국방위원장인 유승민 의원은 "창조경제가 뭐냐를 놓고 5년을 보낼 수는 없다"했고 심재철 의원은 "창조경제 말고 다른 상징성 있는 거대 담론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이한구 원내대표가 '문서로 작성해서 보내라'고 하고 논의를 중단시켰다고 한다.
'창조경제'는 박 대통령이 국정운영과 관련해 가장 강조해온 개념이다. 박 대통령은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의 핵심으로 이 개념을 내세웠고, 고용창출도 이를 통해 달성하겠다고 말해 왔다. 그래서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미래창조과학부도 만들어졌다. 정부 각 부처는 이미 '미래창조펀드 조성', '창조형 서비스산업 지원' 등 '창조'자가 들어간 정책 시리즈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그런데 가장 지근거리에서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보좌하는 청와대 국정기획수석비서관이 그것도 야당도 아닌 여당 지도부에게 창조경제의 구체적 개념이 뭔지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스스로도 딱 부러지게 정의하지 못한 개념을 국정지표의 맨 앞에 내걸고 정책을 수립ㆍ운용하고 있으니 보고 듣는 국민들만 헷갈릴 뿐이다.
정부 정책은 캐치프레이즈 수준의 듣기 좋은 슬로건만으로 실현되는 게 아니다. 개념이 명확하고 실행 방법이 구체적이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과의 소통이 이루어져서 국민의 협조를 얻어낼 수 있다. 정부출범 한 달이 지나도록 창조경제의 실체가 모호하다 보니 국민은 물론이고 공무원과 기업인들도 아전인수로 해석한다. 한쪽에서는 '정보통신기술(ICT)이 곧 창조경제'라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석유 한 방울 안 나는 나라가 정제 석유를 수출하는 것도 창조경제'라 한다. 국정의 효율을 높이려면 정부가 이런 혼선부터 정리해야 한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