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북한과 미국이 영상전쟁을 시작했다. 영상을 통해 서로를 공격하고 반격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영상을 구성하는 규모는 다르다. 북한은 동영상 전문사이트인 유튜브를 통해 영상을 올리는 반면 미국은 할리우드 스타를 대동한 영화화면이다.
지난달 6일에 한 동영상이 유튜브를 떠돌았다. `은하 9호를 타고'라는 제목의 3분 36초 분량의 영상이었다.
북한의 대남 선전용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가 올린 동영상 속 주인공은 꿈속에서 `은하 9호' 로켓으로 발사한 스페이스 셔틀 `광명성 21호'를 타고 지구 주위를 도는 내용이다. 특히 동영상에는 마이클 잭슨 등 미국 유명 가수들이 1985년에 발표한 노래 '위아 더 월드(We Are the World)'의 피아노 연주도 흘러나온다.
또 후반부에 "아메리카 어디선가 검은 연기도 보입니다"라는 한글 자막과 함께 곳곳에서 화염이 치솟는 미국 본토와 성조기가 겹치는 화면이 등장한다. 이어 "아마 강권과 전횡, 침략전쟁만을 일삼던 악의 소굴이 제가 지른 불에 타는 모양입니다"라는 자막이 나타난다.
미국의 할리우드 영화에서 북한을 주적으로 담은 것은 2002년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목한 후부터다.
그해 말 개봉한 007시리즈 제20탄 ‘007 어나더데이’였다. 동토의 제국 북한의 무기밀매 현장에 위장잠입해 비밀임무를 수행하던 제임스 본드(피어스 브로스넌)가 붙잡혀 고문을 당하다 풀려난 후 신무기로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북한장교 문 대령(윌 윤 리·토비 스티븐슨)과 맞서 싸운다는 얘기다.
이후 2010년 앤절리나 졸리 주연 영화 ‘솔트’에서도 북한은 등장한다. 미국 CIA요원 솔트가 북한 핵시설을 파괴하려했다는 혐의를 받고 북한에 억류돼 모진 고문을 받다가 포로 맞교환 형식으로 석방되는 내용이 10여분간 이어진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올림푸스의 함락(Olympus has fallen)'도 있다. 북한 테러리스트가 미국을 도발하는 액션 영화로 미국 애국주의가 담겨있다. 영화안에서 북한 전투기는 워싱턴 상공에 나타나 미국 수도에 무차별 공습을 퍼붓고 함락시킨다.
백악관을 방문한 남한 외교관을 접대하던 미국 대통령과 주요 장관은 지하 벙커로 피신을 하는데, 이때 남한 외교사절단 중 신분을 위장한 북한 테러리스트가 포함돼 있었다. 이들이 미국 대통령과 정부인사를 인질로 잡고 고문하며 미국 핵무기 암호를 요구한다는 내용이다.
또 지난 28일 일일 관객 11만9475명을 동원해 박스오피스 1위로 진입한 '지.아이.조2'도 있다. '스텝업' 시리즈로 이름을 알린 존 추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지.아이.조2'는 테러리스트 '코브라 군단'의 음모로 인해 최대 위기에 처한 최정예 특수 부대 '지.아이.조' 요원들이 팀의 명예를 회복하고 세계를 구하기 위해 반격에 나서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이 영화에서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묘사한 점과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연상시키는 인물도 등장한다.
리메이크한 영화도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과 이달 영국에서 개봉된 영화 '레드 던'은 1984년 만들어진 같은 이름의 영화를 리메이크 했다. 원작에서의 주적은 소련이었지만 리메이크 영화는 침략자가 북한으로 바뀌었다. 북한군 특수부대가 미국 워싱턴주를 침략, 점령하고 이에 맞서는 미국 민병대의 활약을 그렸다. 존 밀리어스 감독의 1984년작에서는 소련, 쿠바, 니카라과 3국연합이 침략국으로 설정됐다. 이외에도 ‘머더1600’(1997), ‘스텔스’(2005), ‘에너미라인스2-악의축(2006)’ 등 크고 작은 미국영화에서 북한은 적국으로 등장하고 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영화 '레드 던'에도 북한이 등장한다. 이 작품도 984년의 동명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북한이 미국 북서부 태평양 연안 워싱턴 주를 침공하고 장악하는 것으로 시작해 이에 대항하는 미국 10대 소년의 활약을 담았다.
영화 관계자는 "'레드던' 원작에선 소련이, 2009년 때엔 중국이, 이번에는 주적이 북한으로 바뀐 이유는 정치적인 이유보다는 세계 최대 영화시장중에 하나인 중국이기 때문"이라며 "최근 할리우드 영화에서 북한이 떠오르는 이유도 다양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말했다.
양낙규 기자 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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