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반 일궈온 업무 후임 인사까지 공백없도록 최선 다할것"
"학교로 돌아가 50년간 건설 외길 토대로 후학 가르치고파"
[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 박미주 기자, 이민찬 기자]"겸손하게 자연인으로 돌아가서 이제는 먼 발치에서 LH를 지켜보겠다. LH호(號)가 선장을 잃고 표류하지 않도록 다음 선장이 올 때까지 업무 공백이 없도록 가교 역할을 하겠다."
3년 6개월간 통합 공사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이끌어오다 사의를 표명한 이지송 사장의 표정은 차분했다. 28일 사표를 제출한 직후 의정부 고산보금자리주택사업 현장엘 다녀오는 길에 만난 이 사장의 행보는 가벼워 보였다. 옆에 있던 비서실장은 "사업지 주민들이 오랜 갈등을 빚어오며 걱정을 해오던 의정부 사업현장을 찾아 사업추진 현황을 살펴봤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도 사임 소식을 전해 듣게 된 임직원들을 다독이기 위해 다시 분당 사옥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이 사장은 "아직은 떠난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나가는 날까지 할일이 더 많아졌다. 마음이 급하다"고 말했다."3년 6개월간 맥이 흐르던 것이 끊어지면 안된다. 집이라는 것은 국민행복과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에 한 시도 공백이 있어서는 안된다"고도 했다.
그는 "내가 직원들을 많이 혼내서 내가 나가면 만세를 부를 사람이 많을 것이다. 두 조직의 통합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는데 우리 직원들이 잘 따라 와줬다. 너무 고맙게 생각한다"며 농담과 진담을 섞어 직원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떠나기로 이미 오래 전에 결정해서인지 담담하면서도 여유가 묻어나는 말투였다.
사실 LH 직원들은 이 사장을 '잔 정이 많은 스타일'이라고 표현한다. 토공과 주공 두 노조원들이 잘 융화될 수 있도록 했던 것도 이 사장만의 설득의 리더십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414개에 달하는 과다한 사업에 대한 조정과정에서 지자체와 지역주민들을 일일이 만나 의견을 듣고 설득한 일은 공기업에서 유례없는 일로 받아들여진다. 이 같은 노력으로 LH는 최근 부채증가 속도가 큰 폭으로 감소하고, 지난해에는 매출액과 당기 순이익이 출범 이래 최고의 실적을 거두는 등 경영정상화의 기반을 마련했다.
이 사장은 민간기업 출신의 공기업 CEO로서 자기관리가 엄격한 것으로 유명하다. 현대건설 재임시절 받은 200억 원 규모의 스톡옵션 권리를 깨끗이 포기한 것은 아직도 세간에 회자되고 있는 아름다운 일화다. 재임기간 내내 점심과 저녁식사를 거의 회사 안에서 하는 등 외부의 청탁을 막기 위해 절제된 생활을 해왔다.
이 사장은 이날 밤 임직원들과 때 이른 송별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 사장은 부채감축과 사업조정, 조직융합 등의 난제를 정리해내며 얽힌 에피소드를 풀어냈다.
이 사장은 "최선을 다했다. 한편으로는 후련하다"면서 "LH가 사회적인 역할이 대단히 크다는 것을 명심하고 내가 떠나더라도 간부들이 LH를 잘 이끌어서 국민들에게 봉사를 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도 "LH호가 표류하지 않도록 다음 선장이 올 때까지 공백이 없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퇴임 후 학교로 돌아갈 뜻을 밝혔다. 거취와 관련해서는 "지난 50년 동안 건설 외길을 걸어오며 쌓아온 경험과 지식을 후학들에게 쏟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이지송 사장은 지난 2009년 10월1일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가 통합 출범한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초대사장으로 취임했다. 2012년 연임돼 올 9월 임기 만료 예정이다.
박소연 기자 muse@
박미주 기자 beyond@
이민찬 기자 lee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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