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이현동 국세청장(사진)이 26일 오후 수송동 본청에서 이임식을 갖고 청장 생활을 마감한다. 지난 2010년 8월말 제19대 국세청장으로 취임한 지 2년 7개월 만이다.
이 청장은 1996년 이후 18년 동안 거쳐간 10명의 국세청장 가운데 가장 오랜 기간 업무를 수행한 '장수 청장'에 이름을 올렸다. 제8~9대 국세청장(91년 12월~ 95년 12월, 4년간)을 지낸 추경석 전 청장 이후 국세공무원 수장에 오른 청장들은 1~2년이 멀다하고 차기 청장에게 자리를 내줘야 했다. 대부분 국세청장이 갖춰야 할 '정치적 중립'을 잃은 탓이다. 불미스러운 스캔들에 휘말려 불명예스럽게 퇴진해 국세청의 명예를 땅에 떨어뜨린 이들도 적지 않다.
이를 의식한 이 청장은 취임 이후 청탁 배격 등을 목적으로 외부 접촉을 과도할 정도로 피했다. 지인들로부터 '너무한다'라는 비난을 받을 정도로 본인 관리를 철저히 했다.
취임 이후 직원들의 청렴성을 강화하기 위해 비리 연루 직원에게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고 상급자에게 지휘 감독책임을 묻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자체 감찰활동 수위를 한층 강화했다.
일선 세무서의 하급직원이 평일 골프를 친 일이 드러나자 상급자들을 모두 대기발령하고 해당 직원을 좌천시킨 일화는 직원들 사이에서 '조심하자'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충분했다. 대신 일을 제대로 하는 직원에게는 '승진'이라는 당근을 안겨줬다.
이 청장의 이 같은 태도와 소신이 국세청의 위상과 색깔을 바꾸는데 기여했고, '장수 청장'으로 기억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다. 재직 생활 2년 7개월간 국세청을 '권력기관'이 아닌 '일하는 국세청'을 만드는데 역점을 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TK(대구·경북) 출신인 이 청장이 국세청장에 취임한 이후 영남 위주의 '편중 인사'가 더욱 심하게 나타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3월 현재 국세청 고위공무원 34명 중 대구ㆍ경북(TK)지역이 12명, 부산ㆍ경남(PK)지역이 5명 등 모두 17명이 영남 출신이다. 반면 호남 출신은 5명, 서울·경기·충청권 출신이 각각 4명씩으로 나타났다. 강원과 제주 출신은 한 명도 없다. 고공단의 지역출신 분포가 너무 한쪽으로 쏠린 것. 또한 본청 조사국장을 비롯해 전국 지방청 조사국장 11자리 가운데 영남 출신이 6명으로 55%를 차지했다.
이 청장은 이날 오후 4시20분 본청 대강당에서 열리는 퇴임식에 앞서 기자실에 들려 출입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작별 인사를 했다. 이 청장은 이 자리에서 "마음이 한결 가볍다. 이제는 좀 쉬고 싶다"고 말해 그동안 청장으로서 마음이 무거웠음을 조심스레 내비쳤다. 재임 기간 아쉬웠던 점을 묻는 질문에는 "별로 없었던거 같다"며 환한 미소로 답했고,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서는 "직무실에 '시종여일(始終如一)'이라는 문구를 적어 놨다. 늘 한결같이 행동하겠다"고 말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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