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가장 사고 싶을 때 팔고, 가장 팔고 싶을 때 사라"
'가치투자'의 성공열쇠다. 헐값에 사서 제값을 받고 파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쉽지 않다. 주가가 싸지려면 인기가 없고 버려져야 하는데 남들이 모두 외면하는 주식을 사긴 어렵다. 가치투자자는 이런 '쉽지 않은 일'을 해내는 사람들이다. 모두가 사고 싶어하는 주식은 과감히 팔고, 팔고 싶어하는 주식은 산다. 저평가된 주식을 발굴하겠다는 원칙만 지킬 뿐이다. 이 때문에 이들에겐 '감정을 다스리는 능력'도 요구된다.
저자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가치투자 전문가'다. 88올림픽 특수와 3저 호황 당시 증권사에 입사한 후 1995년 처절한 작전주의 시대와 9·11테러를 증권시장에서 거치면서 겪은 노하우를 책에 고스란히 담았다. 벤저민 그레이엄, 워런버핏, 피터린치 등 가치투자의 명사들이 남긴 명언들을 책 곳곳에 녹였다. 대주주와 행동 같이하기, 부동산형 주식, 배당 예찬, 우량주 구별하기 등 가치주를 선별하는 방법도 세세하게 풀었다. 2007년 출간된 책으로 가치투자자들에겐 여전히 유효한 비법이다.
가치투자자는 '역(逆)의 사고'를 한다. 남들이 오를 주식을 찾을 때 더이상 하락할 수 없는 주식을 찾아야 한다. 투자상식으로 통용되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고위험 고수익)도 부정한다. '밑져야 본전'이 아니면 투자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잃는 건 무조건 싫다. 저자는 가치투자자를 '위험을 극도로 싫어하는 손실 혐오증 환자'라고 정의한다.
가치투자자의 속성을 이해하기 위해선 투자의 '원론적 정의'부터 살피면 된다. 저자는 가치투자 창시자 벤저민 그레이엄의 말을 인용한다. 그는 "'투자'란 철저한 조사 분석을 통해 투자 원금의 안전성이 보장되고 만족할 만한 수익이 예상되는 대상에 자금을 투자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준에 들어맞지 않는 것은 모두 투기다"라고 못박았다. 가치투자자는 '베팅'을 하지 않는 '펀더멘털리스트'란 얘기다.
가치투자가 빛을 발하는 이유는 시장이 효율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가격은 부조리할 때가 많다. 시장이 효율적이라면 가치와 가격은 일치해야 하고 기업의 주가는 기업과 경제에 관해 알려진 모든 정보를 반영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의 시장에선 '가치'와 '가격'의 불일치가 연속적으로 일어난다. 저자는 워런버핏이 "시장이 효율적이기만 하다면, 나는 깡통을 든 거리의 부랑자가 되었을 것이다"라고 한 말을 인용, 시장효율신봉자들의 주장을 반박한다.
저자가 가장 존경한다는 전설적인 펀드매니저 피터 린치의 말에 저자의 주장이 온전히 담겨 있다. "하늘이 무너진다고 주식을 팔지 마라. 기업의 가치가 나빠지면 주식을 팔아라. 종합주가지수가 하락하더라도 우량기업은 성공할 것이고 지수가 상승하더라도 부실기업은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시장의 유행과 대중의 인기에 흔들리지 않고 기업의 가치만을 바탕으로 투자하라"
이채원의 가치투자/이채원·이상건 지음/이콘 출판/1만2800원
구채은 기자 fakt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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