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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봐라~이 말이 툭 튀어나오는 옛 풍경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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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한옥마을, 타박타박 선비걸음으로 걷다보면 한 겹 한 겹 전주의 속살이 보인다

여봐라~이 말이 툭 튀어나오는 옛 풍경 속으로 700여채의 한옥들이 옹기종기 모요있는 전주 한옥마을 골목길은 지도 한 장 펼쳐들고 걸어야만 제맛이다. 어슬렁 어슬렁 걷다가 멈추면 ㄱ 자리가 바로 그림이 되고 풍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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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여행전문기자 조용준 기자]겹겹이 어깨를 맞댄 기와지붕이 봄볕을 받아 아름다운 곡선을 그린다. 한옥의 묵은 지붕 너머로 새파란 하늘이 씻은 듯이 푸르고 곱다. 그 아래 처마 낮은 좁은 골목길은 삶의 고리처럼 촘촘하다. 지도 한 장 펼쳐들고 골목 골목을 손가락으로 그어간다. 길 아닌 곳이 없어 어디든 뚫려있고 열려있어 막힘없이 통한다. 한 발 두 발 뒷짐 지고 타박 타박 여유롭고 한갓지다. 한옥마을에 들면 누구나 선비가 되고 규수가 된다.

전주 한옥마을은 도심형 슬로시티다. 약 700여 채의 한옥이 옹기 종기 모여 있는 골목길을 거닐다 보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든다. 봄볕 좋은날 거닐며 전주의 멋과 풍류를 느껴보기에 모자람이 없는 여행지다.


한옥마을은 기와집들의 집단지가 아니다. 각종 전시시설과 박물관, 체험관 등이 골목길 마다 자리잡고 있다. 실핏줄처럼 연결된 골목길은 네댓명이 어깨동무를 하고 걸을 수 있을 정도로 넓은 곳도 있지만 마주치는 사람과 어깨가 닿을 정도로 좁은 길도 많다.

여봐라~이 말이 툭 튀어나오는 옛 풍경 속으로

여행의 시작은 경기전(慶基殿)이다. 하지만 먼저 할일이 있다. 관광안내소에 들러 안내지도를 받는것. 한옥마을 골목길 여행의 필수품이다.


경기전으로 들었다. 조선왕조의 고향과 같은 이곳은 태조 이성계의 어진(임금의 영정)을 봉안한 곳으로 태종 10년 창건됐다. 경기전은 한강 이남에서 유일하게 궁궐식으로 지은 건물이다.

경기전 뒤로는 교동아트센터가 있다. 갤러리와 세미나실 등을 갖춘 2층짜리 아담한 건물인데 각종 예술 관련 행사와 전시회를 열고 있다. 예술인들이 직접 들어와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옆으로 '혼불'로 유명한 작가 최명희의 생가와 문학관이 있다. 그의 육필 원고를 비롯해 작가의 다양한 유품을 전시하고 있어 1년 내내 문학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한옥마을 안에 수많은 가옥들이 있지만 대표하는 집은 근대 상류가옥인 학인당이다. 이 집은 인재(忍齊) 백낙중이 1908년에 지었다. 건축에 사용된 나무들은 압록강, 오대산 등지에서 가져왔고, 동원된 도편수와 목공 등 인부의 수만도 4000명이 넘었다.


해방 이후에는 백범 김구 선생과 해공 신익희 선생이 머물렀다고 하여 방에 '백범지실', '해공지실'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학인당은 한옥숙박도 겸하고 있다.

여봐라~이 말이 툭 튀어나오는 옛 풍경 속으로


학인당을 비롯해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시설이 많은 것이 한옥마을의 장점. 전주한옥생활체험관은 양반집에 하룻밤 머물며 공예와 다례 등 전통생활 체험을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마지막 황손 이석이 살고 있는 승광재를 비롯해 동락원, 아세헌 등 9곳에서 한옥숙박체험을 할 수 있다.


전주전통술박물관은 호남 유일의 전통술 전문박물관으로 이강주 등 향토주를 마셔볼 수 있다.


한옥마을의 정신적 중심지는 전주향교(사적 제379호)다. 학인당에서 5분 거리에 자리하고 있는 전주향교가 처음 세워진 것은 고려시대라 전해지나 정확한 기록은 남아있지 않다. 향교의 명물은 수령 400년이 넘은 은행나무보호수들이다.


한옥마을을 한 눈에 보기 위해 오목대로 향했다. 전주공예품전시관 맞은편으로 난 나무계단을 따라 10여 분 오른다. 이성계가 고려말 남원 황산에서 왜적을 무찌르고 돌아가던 중 이곳에서 나라를 세우겠다는 속내를 내비친 곳이다.


오목대에 섰다.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옹기종기 처마를 맞댄 기와집들이 현대식 고층건물을 배경으로 과거와 현대, 곡선과 직선의 조화를 연출하고 있다.


한옥마을의 유래는 1910년 일제 강점기로 거슬러 오른다. 전주 서문 근처에서 행상을 하던 일본인들이 중앙동 일대로 진출하고 상권을 차지하게 되자 이에 대한 반발로 한국인들이 이 일대에 한옥을 짓기 시작하면서 마을이 만들어졌다.

여봐라~이 말이 툭 튀어나오는 옛 풍경 속으로


눈길이 로마네스크 양식의 아름다운 서양식 건물에 멈춘다. 전동성당이다. 전주 성당의 초대주임신부인 보두네 신부가 1914년 지었다.


성당의 기초는 전주 시내 성문과 성벽이 헐리면서 나온 돌과 흙을 사용했으며 설계는 서울 명동성당을 설계했던 포와넬이 맡았다. 구한 말 천주교에 대한 탄압이 극심하던 때, 전주는 호남 지역의 천주교도들의 중심지였다.


오목대를 내려서면 쌍샘길이다. 한옥마을 내에서도 외진 곳에 있어 지금도 시골처럼 이웃들이 음식도 나눠먹고 마실도 다니는 정이 살아 있는 골목이다. 예전 마을의 공동우물이었던 '쌍시암'이 있던 곳이라 해서 '쌍샘길'로 불린다.


관광안내소 옆 골목으로 들었다. 골목을 느리게 걷고 있자니 발걸음 하나까지도 조심스러워졌다.


쭉 이어진 돌담길을 걸어 '은행나무길'에 다다랐다. 600년 동안 이곳을 지켜온 은행나무의 이름에서 유래된 길이다.


주말이면 공예품을 파는 주민들과 이를 구경하는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앙금이 하얀 마패호두과자, 추억의 도시락, 연근도넛, 뽑기, 꿀타래 등을 파는 상점과 한옥을 개조한 카페들이 은행로를 따라 늘어서 있다.


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자 작은 실개천이 나왔다. 졸졸졸 흐르는 개울을 따라 걷다보면 옛 시골집 추억이 밀려온다.

여봐라~이 말이 툭 튀어나오는 옛 풍경 속으로


골목길마다 흙담과 벽돌담, 한지 문과 격자 유리창… 지나온 세월과 이야기를 고스란히 품어낸 풍경들이 오랜 친구처럼 인사를 건넨다.


골목 키 작은 돌 담 너머 어느 살림집을 바라본다. 지난 봄날 꺽어 말린 민들레가 담벼락에 한가득이다. 염치도 없이 시간 가는줄 모르고 하염없이 굽어본다.


한지, 천연염색 등 다양한 상품을 만드는 공방들도 많다. 그 중심에 한지가 있다. 전주는 조선시대부터 한지 생산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교통이 편리하고 한지의 원재료인 닥나무가 많았기 때문이다.


태조길, 토담길, 어진길, 은행나무길, 민속길, 오목대길,향교길...도심의 삶에 허덕이며 빠르게만 외치면 살아온 시간. 한옥마을의 이 길들은 어슬렁 어슬렁 걸어야 더 잘 볼 수 있다. 작은 돌담길부터 기와 하나나까지 알알이 박혀있는 소박한 아름다움에 빠지면 짧은 하루 해가 야속하기만 하다.


전주=글 사진 조용준 기자 jun21@


◇여행메모

여봐라~이 말이 툭 튀어나오는 옛 풍경 속으로

△가는길=호남고속도로 전주IC를 나와 전주, 월드컵경기장 방향 첫 번째 사거리에서 좌회전한다. 금암 옛 분수대자리에서 기린로로 직진하면 한옥마을이다.
여봐라~이 말이 툭 튀어나오는 옛 풍경 속으로


△먹거리=대표음식은 비빔밥이다. 비빔밥은 전주와 진주, 해주가 유명한데 이 중에서도 전주를 높게 친다. 평양의 냉면, 개성의 탕반과 함께 조선시대 3대 음식의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성미당(063-273-00290), 가족회관(063-284-2884) 등이 잘 알려져 있다. 한정식은 송정원(063-283-7663), 백번집(063-286-0100)이 있다. 콩나물과 밥을 넣고 갖은 양념을 곁들인 전주콩나물국밥도 빼놓을 수 없다. 콩나물국밥과 함께 마시는 모주는 막걸리와 한약재 등을 넣고 끓여 텁텁하면서도 달콤하다. 삼백집(063-284-2227), 왱이콩나물국밥(063-287-6980)등이 유명하다. 이밖에도 한옥마을 인근의 풍년제과의 초코파이, 조점례남문 피순대 등이 맛집으로 소문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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