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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샤프의 상반된 글로벌 경영, 두 회사 명암 갈라놓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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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일본 전자업계의 신화였던 샤프가 결국 삼성전자에게 자사 지분을 넘기고 긴급 자금을 수혈 받게 됐다.


지난 수년간 샤프 경영진은 삼성전자를 배우고 넘어서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지만 결국 한때 적이었던 회사로부터 수혈받는 상황까지 맞게 된 것이다.

삼성전자가 샤프의 지분 3%를 104억엔(한화 약 120억원)에 취득하는 작업이 마무리되면 삼성전자는 이미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포함해 샤프의 5대 주주가 된다.


두 회사의 성공과 몰락은 창업주부터 시작된 경영 스타일과도 큰 관계가 있다. 삼성전자가 창업주부터 현재까지 줄곧 글로벌 시장 공략을 앞세웠던 반면 샤프는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고 있었지만 일본 내수 시장에 안주하다 실패를 한 경우다.

샤프의 창업주 하야카와 도쿠지(1893~1980년)는 일본의 첨단 기술을 상징하는 아이콘이다. 소위 찢어지게 가난했던 하야카와는 1915년에 샤프펜슬을 발명해 일본은 물론 전 세계 시장을 종횡무진했다. 1923년에는 샤프펜슬 하나로 200명의 임직원이 연 매출 60만엔을 올렸다.


관동대지진으로 모든 것을 잃은 하야카와 회장은 전자업체로 재기의 길을 걸었다.


그는 1925년 일본에서 처음으로 라디오를 만들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1951년에는 일본 최초로 TV를 만들고 1962년에는 전자레인지를 만들며 다시 한번 일본 최초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다. 1973년에는 LCD 액정 화면을 탑재한 계산기를 세계 최초로 내 놓으며 전 세계에 일본의 기술력을 과시했다.


그의 뒤를 이은 마치다 가쓰히코 전 회장(현 상담역)은 전자계산기에 도입한 LCD 기술을 TV에 적용해 1990년대 일본에선 유일하게 LCD 패널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곧 샤프는 일본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게 됐다.


창업주부터 시작된 기술 중시 경영은 샤프의 전통을 지켜왔다. 마치다 전 회장은 항상 입버릇처럼 "경쟁사와 우리에겐 2년 이상의 기술 격차가 있다"고 말했다. 실상 샤프는 전자계산기 시절부터 기술력에서 크게 앞서 있던 상황이었다.


기술력에 대한 믿음, 일본 시장 1등이라는 자부심은 마치다 전 회장을 자만하게 했다. 자사의 우수한 기술은 오직 자사제품에만 탑재했다. 소니, 파나소닉은 샤프의 LCD 패널을 원했지만 샤프는 이를 거절했다. 결국 소니는 삼성전자와 손을 잡았다.


결국 일본 내수 시장이 장기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자 샤프는 어려움에 빠졌다. 샤프의 일본 내수 시장 매출 비중은 60%가 넘는다. 자사 외에는 LCD 패널을 소화할 곳이 없는데 TV가 안팔리자 LCD 공장에 재고가 3개월 넘게 급증하며 위기를 맞았다.


삼성전자는 샤프와 외견상은 비슷하지만 사실은 전혀 다른 길을 걸어왔다. 고 이병철 선대 회장은 향후 삼성그룹이 나아갈 방향을 최첨단 전자산업으로 잡았다.


하지만 샤프의 마치다 전 회장과는 생각이 근본적으로 달랐다. 이병철 선대 회장이 반도체를 선택한 것은 삼성전자가 글로벌 시장에서 세계적인 전자업체와 겨루려면 필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선대 회장의 뒤를 이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역시 항상 입버릇처럼 글로벌을 외쳤다. 반도체 사업으로 쌓은 비즈니스 노하우는 LCD 사업서도 적과의 동침을 시작하게 했다.


샤프가 경쟁사였던 소니에게 LCD 패널 공급을 거절했지만 삼성전자는 소니와 아예 합작회사까지 차렸다. LCD 패널 비즈니스와 TV 비즈니스를 엄격하게 분리했던 것이다.


이 회장은 각 사업마다 고유의 경쟁력을 갖춰야 된다고 강조하며 각 부문마다 세계 1등 달성을 연이어 주문했다. 기술력은 물론이고 세계적인 수준의 마케팅 능력과 사내 시스템도 갖추고 전 세계의 인재들을 영입하고 나섰다.


현재 삼성전자는 한 해 매출의 80% 이상을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일찌감치 세계화를 선택한 삼성전자와 일본 내수 시장의 달콤한 과실에 길들여졌던 샤프의 운명을 글로벌화 여부가 가른 셈이다.




명진규 기자 aeo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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