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삼성-샤프의 상반된 글로벌 경영, 두 회사 명암 갈라놓아

시계아이콘01분 44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일본 전자업계의 신화였던 샤프가 결국 삼성전자에게 자사 지분을 넘기고 긴급 자금을 수혈 받게 됐다.


지난 수년간 샤프 경영진은 삼성전자를 배우고 넘어서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지만 결국 한때 적이었던 회사로부터 수혈받는 상황까지 맞게 된 것이다.

삼성전자가 샤프의 지분 3%를 104억엔(한화 약 120억원)에 취득하는 작업이 마무리되면 삼성전자는 이미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포함해 샤프의 5대 주주가 된다.


두 회사의 성공과 몰락은 창업주부터 시작된 경영 스타일과도 큰 관계가 있다. 삼성전자가 창업주부터 현재까지 줄곧 글로벌 시장 공략을 앞세웠던 반면 샤프는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고 있었지만 일본 내수 시장에 안주하다 실패를 한 경우다.

샤프의 창업주 하야카와 도쿠지(1893~1980년)는 일본의 첨단 기술을 상징하는 아이콘이다. 소위 찢어지게 가난했던 하야카와는 1915년에 샤프펜슬을 발명해 일본은 물론 전 세계 시장을 종횡무진했다. 1923년에는 샤프펜슬 하나로 200명의 임직원이 연 매출 60만엔을 올렸다.


관동대지진으로 모든 것을 잃은 하야카와 회장은 전자업체로 재기의 길을 걸었다.


그는 1925년 일본에서 처음으로 라디오를 만들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1951년에는 일본 최초로 TV를 만들고 1962년에는 전자레인지를 만들며 다시 한번 일본 최초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다. 1973년에는 LCD 액정 화면을 탑재한 계산기를 세계 최초로 내 놓으며 전 세계에 일본의 기술력을 과시했다.


그의 뒤를 이은 마치다 가쓰히코 전 회장(현 상담역)은 전자계산기에 도입한 LCD 기술을 TV에 적용해 1990년대 일본에선 유일하게 LCD 패널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곧 샤프는 일본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게 됐다.


창업주부터 시작된 기술 중시 경영은 샤프의 전통을 지켜왔다. 마치다 전 회장은 항상 입버릇처럼 "경쟁사와 우리에겐 2년 이상의 기술 격차가 있다"고 말했다. 실상 샤프는 전자계산기 시절부터 기술력에서 크게 앞서 있던 상황이었다.


기술력에 대한 믿음, 일본 시장 1등이라는 자부심은 마치다 전 회장을 자만하게 했다. 자사의 우수한 기술은 오직 자사제품에만 탑재했다. 소니, 파나소닉은 샤프의 LCD 패널을 원했지만 샤프는 이를 거절했다. 결국 소니는 삼성전자와 손을 잡았다.


결국 일본 내수 시장이 장기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자 샤프는 어려움에 빠졌다. 샤프의 일본 내수 시장 매출 비중은 60%가 넘는다. 자사 외에는 LCD 패널을 소화할 곳이 없는데 TV가 안팔리자 LCD 공장에 재고가 3개월 넘게 급증하며 위기를 맞았다.


삼성전자는 샤프와 외견상은 비슷하지만 사실은 전혀 다른 길을 걸어왔다. 고 이병철 선대 회장은 향후 삼성그룹이 나아갈 방향을 최첨단 전자산업으로 잡았다.


하지만 샤프의 마치다 전 회장과는 생각이 근본적으로 달랐다. 이병철 선대 회장이 반도체를 선택한 것은 삼성전자가 글로벌 시장에서 세계적인 전자업체와 겨루려면 필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선대 회장의 뒤를 이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역시 항상 입버릇처럼 글로벌을 외쳤다. 반도체 사업으로 쌓은 비즈니스 노하우는 LCD 사업서도 적과의 동침을 시작하게 했다.


샤프가 경쟁사였던 소니에게 LCD 패널 공급을 거절했지만 삼성전자는 소니와 아예 합작회사까지 차렸다. LCD 패널 비즈니스와 TV 비즈니스를 엄격하게 분리했던 것이다.


이 회장은 각 사업마다 고유의 경쟁력을 갖춰야 된다고 강조하며 각 부문마다 세계 1등 달성을 연이어 주문했다. 기술력은 물론이고 세계적인 수준의 마케팅 능력과 사내 시스템도 갖추고 전 세계의 인재들을 영입하고 나섰다.


현재 삼성전자는 한 해 매출의 80% 이상을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일찌감치 세계화를 선택한 삼성전자와 일본 내수 시장의 달콤한 과실에 길들여졌던 샤프의 운명을 글로벌화 여부가 가른 셈이다.




명진규 기자 aeo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