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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 현금 탈세자들 "나 지금 떨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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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과세 시스템에 FIU 정보 더해지면
현금 탈세 잡아내는 족집게로 업그레이드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서울 강남에서 양악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치과병원 원장 A씨. 그는 양악수술이 고가이면서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환자들에게 할인을 해 준다며 현금 결제를 유도했고, 환자들도 대부분 응했다. 현금 거래는 노출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 매출은 축소 신고했다. A씨는 이런 수법으로 벌어들인 20억원을 병원과 집 금고에 나눠 보관했다. A씨의 탈루 행각은 병원 직원의 제보로 들통 났다. 과세당국의 조사 결과, 탈루 금액이 수십억원에 달했다.

국세청은 A씨가 숨긴 탈루액이 금고에 보관중이던 현금 외에 더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금융정보분석원(FIU)에 A씨와 연관된 사람들의 고액현금거래(CTR) 자료를 요청해 자금 흐름을 추적했다. 역시나 병원 직원들과 지인들 명의의 통장으로 관리하던 탈루 소득 30억원이 더 발견됐다. 국세청은 A씨가 그동안 탈루한 소득 50억원에 대해 소득세, 가산세 등 세금 30억원을 추징하고, A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과세당국이 A씨가 금고에 보관하던 20억원 외에 지인들 통장으로 관리하던 30억원까지 찾아낼 수 있었던 건 FIU의 금융 정보 덕분이다.

FIU의 금융거래 정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자금세탁혐의거래(STR)와 위에서 언급한 고액현금거래(CTR)다. STR는 자금세탁 의혹이 있는 원화 1000만원 이상, 외화 5000달러 이상의 수상한 돈거래를 뜻하며, 금융사들은 이 정보를 FIU에 실시간 보고한다. 지난해만 29만건, 하루 평균 1100여 건의 STR이 접수됐다. 또한 하루에 2000만원 이상의 현금을 은행에 입ㆍ출금하는 거래를 뜻하는 CTR도 지난해 989만건에 달했다. 액수로 183조원에 이른다.


'검은돈'으로 의심되는 거래가 빈번하게, 그것도 대규모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과세당국인 국세청은 이같은 FIU의 금융 정보들을 들여다볼 권한이 없다. 범죄 혐의 또는 문제가 있을 만한 사건에 대해서만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법이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탈세 의혹만으로는 FIU에 정보 요구를 할 수 없다. '조세범칙 사건' 이라는 명확한 요건을 갖춰야 FIU 정보를 들여다볼 수 있다.


고액 현금 탈세자들 "나 지금 떨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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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국세청도 '국세통합시스템(TIS)'이라는 최첨단 과세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TIS엔 납세자들의 세금신고 자료를 비롯해 부동산거래와 소득내역, 주식 보유 현황 등 납세자들의 과세 자료가 총망라돼 있다. 사실상 개인의 모든 경제 활동 내역이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300억원을 투입한 TIS 보강 작업이 내년까지 마무리되면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된 과세 인프라를 갖춘다.


다만 국세청이 '지하경제 양성화'가 이슈가 된 현 시점에서, TIS만으로 '검은돈'을 캐는 데엔 한계가 있다. 은행간 계좌이체는 모두 기록에 남고, 추적이 되는 탓에 노출을 꺼리는 검은돈은 대부분 현금 거래로 이뤄지는데, 현재 시스템으로는 국세청이 이를 모두 파악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세청은 FIU 금융 정보 중 STR보다 CTR에 더 주목하고 있다. 인터넷뱅킹이 일상화된 현 시점에서 CTR과 같이 2000만원 이상의 현금을 은행에 넣거나 빼는 자체 만으로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만 하다. 물론 거리낄 게 없는 거래일 수도 있다. 그러나 CTR은 출처나 용처를 숨기기 위한 돈일 개연성이 짙다. 국세청은 이를 추적하면 세수 증대에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고액 현금탈세 방지에도 한 몫 할꺼라 본다.


국세청은 법이 개정돼 FIU의 정보를 국세청이 공유하게 될 경우를 대비해 이 정보들에 대한 활용 방안을 강구 중이다. A씨의 사례처럼 탈세 혐의자들에 대한 CTR, STR 내역까지 상세히 분석해 추가 혐의를 적발하는 방안을 들 수 있다. 또 CTR 거래가 자주 이뤄지는 개인이나 법인들에 대해서는 소득세 등 세금 납부 내역을 점검하고, 수개월간 축적된 CTR 통계를 통해 CTR 거래가 빈번한 직종군에 대해서는 세무조사를 강화하는 방안도 있다. 이는 현재 미국 국세청이 FIU 정보를 활용하고 있는 방식이다. 아울러 개인 명의의 통장에 일시적으로 현금 입금액이 늘어날 경우, 한 두 단계 역(逆)으로 추적해 현금 출처를 밝혀내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국세청은 이 같은 방안이 도입될 경우 연간 4조5000억원 이상의 세수를 늘릴 수 있다고 예측한다. 실제 국세청은 2009~2011년 3년간 FIU에서 제공 받은 극히 일부분의 정보를 활용해 약 4300억원의 세금을 추징한 바 있다.


금융정보분석원(FIU)
금융위원회 산하 기관으로, 금융기관을 통한 자금세탁과 불법 외화유출을 막기 위해 2002년에 설립됐다.


고액현금거래(CTR)
은행에서 2000만원 이상 현금을 입출금하는 거래를 가리킨다. 수표나 은행 계좌간 거래는 제외된다.




고형광 기자 kohk0101@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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