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이영규 기자]경기도가 지난 21일 공무원 교재용으로 '경기도현대사'(사진)를 발간하면서 역사논쟁이 불거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는 경기도현대사 집필에 관여한 인사들이 대부분 '우편향' 역사학자라는 점 때문이다.
이 책의 집필은 '뉴라이트' 학자 단체인 '교과서포럼'의 이영훈 서울대 교수가 맡았다. 자문위원으로 강규형 명지대 교수, 유석춘 연세대 교수, 안병직 서울대 교수, 양동안 한국학 중앙연구원, 이대근 성균관대 명예교수, 장원재 다문화콘텐츠협의회장, 류근일(전 조선일보 주필)씨 등이 참여했다. 대부분이 뉴라이트 계열 학자들이다.
이 책이 역사논쟁의 불씨를 안고 있는 데는 그간 일반적 통념과 상치되는 내용들이 다수 책에 포함돼 있다는 점 때문이다.
우선 이 책은 "제주 4ㆍ3사건은 제주도 공산주의 세력이 대한민국의 건국에 저항해 일으킨 무장반란이었다"(대한민국편 71쪽)고 적고 있다.
또 "1980년 독립운동사 연구가 본격적으로 진척되면서 임시정부와 김구의 역사적 위상은 상대적으로 낮아졌고, 미군정에 대한 김구의 비타협적이고 비현실적인 대응이 남한의 우익세력을 불신하고 좌우합작을 추진하게 하는 원인이 됐다"(84~85쪽)고 기술하고 있다.
이 책은 4ㆍ19 혁명에 대해서는 "기존의 국가체제를 부수고 새로 짓는 수준의 혁명은 아니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규정한 뒤 "그럼에도 1980년대 등장한 좌익세력은 4ㆍ19를 미완의 민중, 민주혁명으로 규정했다"(152쪽)고 썼다.
5ㆍ16에 대해서는 "5ㆍ16이 일어나자 대다수 국민들은 암묵적으로 지지했다"(172쪽)며 "5ㆍ16 군사정변은 그 토대 위에서 국가 경제의 곳간을 채우는 역사적 과제를 추구했다"(176쪽)고 적었다.
이외에도 5ㆍ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서는 "신군부가 체포한 야당 지도자 김대중이 그 지역 출신이라는 사실도 (운동발발에)영향을 미쳤다"(214쪽)고 기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택진 도 대변인은 "김문수 지사는 늘 공직자의 생명은 뜨거운 애국심과 투철한 국가관에 있고, 이는 올바른 역사인식에서 출발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그동안 편향적인 역사교육으로 인해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혼란이 있어 이번에 올바른 역사인식을 공직자들에게 심어주기 위해 경기도 현대사를 발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기도 현대사 출간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경기도의회 홍연아 의원(진보통합당ㆍ안산)은 "김문수 지사가 왜곡된 현대사를 바로잡기 위해 경기도현대사라는 교재를 출간했다고 하는데 동기와 내용이 적절한지 의문이 든다"며 "서문만 봐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지난 2010년 10월 도 산하 경기문화재단에 4600만원 주고 '경기도 현대사' 집필용역을 의뢰했다.
이번에 출간된 경기도현대사는 '대한민국'편 234쪽과 '경기도' 편 131쪽 등 모두 368쪽으로 이뤄져 있으며 1945년 해방이후부터 1997년 김영삼 정부까지의 근현대사를 아우르고 있다.
경기도는 이 책을 경기도 인재개발원의 공무원 교육용 교재로 활용하기 위해 1500부 가량 제작했다.
이영규 기자 fort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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