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매장 이전 제약 악용해 월세인상 요구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경상북도 대구에서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A씨는 임대차 재계약을 앞두고 건물 주인에게 황당한 통보를 받았다. 건물주가 처음 제시했던 수준보다 훨씬 높은 임대료를 요구한 것이다. 임대료 부담을 피하기 위해서는 가게를 옮길 수밖에 없지만 제빵업이 적합업종으로 선정되는 바람에 그마저도 어려운 실정이다. 건물주도 그런 사정을 악용해 임대료를 올렸다고 생각한 A씨는 답답한 마음에 한숨만 내쉬고 있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제빵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한 이후 가맹점주와 건물주간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파리바게뜨와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의 이전이 제약을 받자 건물주들이 이를 악용해 임대료를 높여 요구하는 것이다. 강성모 프랜차이즈 자영업자 생존권 보장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위원장은 21일 "일부 점주들이 건물주로부터 시세보다 높은 임대료를 요구받고 있는 사례가 접수되고 있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재계약 시즌을 앞두고 피해 사례가 더욱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앞서 동반위는 빵집을 중기적합 업종으로 선정하면서 이전 재출점이나 점포신설 시 인근 중소제과점과 도보 500m 이상 떨어진 곳에 가게를 내도록 제한했다. 다만 임대료의 과다한 상승, 건축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등으로 임대차 재계약이 불가능할 때는 500m 내 이전이 가능하다는 예외 규정도 마련했다. 유장희 위원장은 "매장의 자유로운 이전이 불가능하다는 오해가 있지만 불가피한 경우에 이전을 보장하는 조항이 존재한다"며 "새 점포가 문제일 뿐 기존 점포들은 상황에 따라 이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례별로 권고안에 해당하는지 인정받기가 쉽지 않은데다 건물주들이 개인간 거래를 내세울 경우 권고안은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항변이다. 사실상 안전장치 없이 이중삼중으로 점주들만 피해를 입고 있는 셈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권고안을 마련해놓았으니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은 현실을 외면한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중기적합 업종 선정으로 대기업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개인들의 피해만 커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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