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경제부총리로 낙점된 현오석(63)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당초 후보군에 들어있지 않았던 의외의 인물이다.
1950년생인 현 원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 펜실베니아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재정경제부(現 기획재정부) 시절 경제정책국장을 끝으로 이렇다 할 보직을 맡은 일이 없다. 국민경제자문회의 사무처 기획조정실장과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장 등을 지냈다.
현 원장은 이명박 정부와 코드가 맞아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KDI 개원 41년만의 첫 연임 원장이라는 기록도 남겼다. 현 원장 이전 12명의 원장이 연구원을 거쳐갔지만 단 한 번도 연임한 전례가 없다.
그는 지난해 3월 23일 3년의 임기를 마쳤지만, 연구원 안팎에선 재임을 점치는 목소리가 컸다. 현 원장은 임기 만료를 앞둔 시점에도 임기 후 일정을 살뜰히 챙겨 연임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지난해 공모 방식으로 뽑은 14대 KDI원장 선임 과정에선 현 원장을 비롯해 김준경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와 최창규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모두 세 사람이 출사표를 던졌다. 하지만 17명으로 구성된 이사회는 1차 투표에서 과반수 이상의 표를 현 원장에게 줬다. 이사회 구성원은 총리실 국무차장과 관계부처 차관 등 9명의 당연직 이사와 8명의 선임직 이사(민간)들이다.
국책연구기관장을 선임하는 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관계자는 "당일 표결에 16명의 이사가 참석했고, 현 원장에게 10표 이상이 몰렸다"고 전했다.
현 원장은 그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나 4대강 사업 등 첨예하게 찬반이 갈린 국정 현안이 있을 때마다 정부에 높은 충성도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회가 한미FTA 비준안 처리에 난항을 겪고 있던 시점엔 FTA에 따른 성장률 제고 효과를 부풀려 발표했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KDI는 지난해 발표한 '이명박 정부 출범 4년의 성과보고서'에서도 감사원이 문제 있다고 지적한 4대강 사업 등을 대표적인 성과로 꼽았다.
관가와 학계의 시선도 엇갈린다. 재정부 내에선 "정부와 코드를 맞춰 잡음 없이 경제정책을 펼 것"이라는 전망과 "경제부총리라기보다 박근혜노믹스를 하달받아 시현하는 기능을 하는 데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교차했다. 학계에서도 "성장률 부풀리기 등 연구자로서 논란이 많았던 현 원장을 택한 건 의외의 일"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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