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에 200개 문항 사전검증...국회의원 200개 특권·특혜 아직도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지난해 12월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과 박근혜 당시 대선후보 캠프 사람들에게 "이명박 정권의 최대 실정이 뭔가"라고 물으면 한결같이 "인사의 실패"를 꼽았다. 학연, 지연이 얼키고 측근과 친인척들의 개입이 설키다보니 '고소영 강부자'라는 결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다시 물었다. "그럼 박 후보와 새누리당은 다른가"라고. "다르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고위관계자는 "인재풀은 많은데 인사청문회제도 때문에 고민이 많아 검증항목이나 눈높이를 낮추면 좋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인사청문회는 여야 합의로 박근혜 당선인이 한나라당 대표시절에 통과된 제도다. 인사참극이 벌어지더라도 강화하면 했지 완화할수 없고 한번 높아진 국민들의 눈높이도 낮아질리 없다.
이번에 다시 화제가 된 것이 청와대가 고위공직자 임명에서 자체 검증용으로 활용하는 9개 분야 200개 문항이었다. 여기에는 가족관계, 병역의무 이행, 전과 및 징계, 재산형성, 납세 등 각종 금전납부의무, 학력 및 경력, 연구윤리, 직무윤리, 개인사생활 관련 항목이 망라된다. 200개 중 재산형성 분야가 40개로 가장 많다. 병역의무 이행, 세금이나 준조세 납부 문제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질문사항이 많다. 이 분야에서 국민들의 눈높이가 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해서다.
200개 문항을 300명의 현역 국회의원들에게, 4월 재보선이나 향후 지방선거, 국회의원선거에 나서고자하는 정치지망생들에게 돌려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공직자는 임명직이고 국회의원이나 도지사,시장군수 등은 선출직이다. 동일한 잣대로 평가할 순 없다는 항변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검증 무풍지대요 아직도 국민눈높이와는 거리가 멀다.
지난해 19대 총선이 치러진 이후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아 낙마위기를 맞은 사람은 줄잡아 20여명에 이른다. 대부분 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을 위반했다. 성추문과 논문표절의혹, 공천헌금 파문의 당선자는 지금 무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다. 어느 특정정당은 모조리 국가관을 의심받고 있고 그 중 두 명은 국회의원으로서 자격이 안된다면서 자격심사대상에 포함돼 있다.
19대 국회에서 동료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한 건수는 7건, 7명이다. 대부분 입에 담기도 힘든 막말, 여성비하 발언을 했다는 이유다. 최근에는 제수씨 성추행의혹 의원에 대한 징계요구안이 제출됐다. 윤리위에는 앞서 18대 국회 4년간 56건이 접수됐지만 징계가 내려진 건 1건(강용석 전 의원)뿐이다.
18대 국회는 식물국회,폭력국회 등으로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썼다. 여야는 19대 국회 시작부터 무노동무임금적용, 영리목적 겸직금지, 연금폐지, 세비삭감, 폭력의원 처벌강화, 윤리특위 권한강화 등을 외쳤다. 그러나 이들 특권포기 법안은 잠만 자고 있다. 2월 늑장국회를 열더니 다시 이번에는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큰소리 치고 있다. 2월 국회는 새정부출범을 위한 법안처리만도 빠듯하다. 이번에도 어물쩡 넘어가려는 꼼수를 버려야 한다. 국민들도 눈에 불을 켜야 한다.
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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