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이 세상 모든 일에는 핑계가 있다. 오죽했으면 '핑계없는 무덤이 없다', '처녀가 애를 낳아도 할 말은 있다'는 등의 속담이 있을까.
가게 수익이 좋지 않을 때 주인의 핑계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가장 흔한 핑계는 옆 가게다. '옆 집에서 터무니 없는 가격에 팔아서 어쩔 수 없다', '옆 가게가 물량공세를 하니 방법이 없다'는 등 장사가 안되는 이유를 옆 가게 탓으로 몰고 가는 식이다.
최근 프랑스 브랜드인 푸조, 시트로엥을 수입하고 있는 한불모터스 대표가 경쟁 브랜드인 BMW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아우디코리아 등을 '앞잡이'로 묘사하며 밀어내기를 하고 있다고 비난한 것도 결국 부진한 영업실적에 대한 핑계, 변명에 가깝다.
푸조는 지난해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총 2407대를 판매, 전년보다 8.7% 줄었다. 점유율 역시 1.84%로, 0.67%포인트 떨어졌다. 이에 반해 전체 수입차 시장은 전년보다 24.6% 성장했다.
지난해 야심차게 내놓은 시트로엥의 판매량도 255대에 그쳤다. 이는 론칭 당시 목표로 했던 1500대의 5분1도 안되는 성적이다. 벤틀리, 롤스로이스 등 프리미엄 브랜드를 제외한다면 사실상 수입차 브랜드 중 꼴찌였다.
시트로엥처럼 기대했던 신제품의 성적이 신통치 않다면 통상 품질이나 디자인이 좋지 않거나, 가격이 적절하지 않거나, 수요분석을 잘못한 것으로 분석한다.
그렇다면 시트로엥은 어떤 경우에 해당될까. 우선 가격부터 따져보자. 시트로엥의 한국 데뷔작인 소형차 'DS3'의 가격은 2000만원대로, 비교적 합리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DS3가 경쟁상대로 지목했던 미니(3000만~4000만원대)와 비교한다면 가격 경쟁력면에선 되레 앞섰던 것이다.
디자인 역시 미니처럼 개성이 뚜렷하고 예쁜 차라는 평가가 많았다. 여기에 소형차지만 실내 공간이 넓고 수납공간이 많아 실용적이란 얘기도 들었다.
이처럼 가격 디자인 품질 등에서 결코 경쟁 브랜드에 밀리지 않았음에도 한국 소비자들이 외면한 이유는 뭘까. 이는 차를 산 이후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푸조, 시트로엥은 자본투자 없이 들어온 브랜드다. 그렇다 보니 판매가 부진할 경우 언제든지 철수가 가능하다. 실제로 10년전 그랬던 경험도 있다. 큰 맘 먹고 산 내 차가 단종된다면 사후 서비스에 애를 먹을 수 밖에 없다. 한불모터스 대표가 타 브랜드에 대해 앞잡이, 물량공세라는 등의 비난을 하기 전 자신부터 돌아봤어야 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 소비자는 바보가 아니다. 남 탓의 핑계를 대기 전 자신부터 돌아봐라. 맥을 너무 못 짚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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