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빈 깡통 소리만 요란하다."
얼마 전 자리를 함께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가 꺼낸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직접 "비정상적"이라고 한 부동산시장을 정상화하려는 대처가 신속하지 않고 미온적이라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가동 한 달 동안 전월세 상한제, 주택 지분매각제, 행복주택 건설 등 대선시절 내세웠던 부동산 핵심공약은 윤곽만 있을 뿐 세부전략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하우스푸어로 불리는 세대주가 150만명에 이르고 날로 치솟는 전셋값으로 렌트푸어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지만 국민과의 약속이 진전을 보인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인수위 부동산정책을 총괄하는 인사들이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는 시장주의를 표방해서인지, 아니면 왜곡된 주택시장의 심각성을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아서인지 알 길이 없다. 깜짝 놀랄만한 대책을 마련해놓고 정부 출범과 동시에 내놓으려는 계획일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그런 기대를 접어야할 것 같다는 말들이 많다.
2월 임시국회에 앞서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인수위와 새누리당은 새 정부 출범 초기 해결해야할 시급한 현안에서 서민주거안정 이슈를 아예 제외시켰다.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한 의견조율에 상당 비중을 할애했고, 부동산 관련 현안에 대해서는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과 관련돼 개략적인 이야기가 오갔다고 한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발의한 서민주거안정 법안이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지 않다"며 "취득세도 1년 연장에서 6개월 연장으로 축소되는 분위기 아니냐"고 힐난했다.
공약은 고사하고 국회에서 표류중인 각종 서민주거복지 관련 안건을 통과시키려는 의지도 보이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업계에서는 서민주거안정 법안 가운데 토지임대부주택 민간자본 투입을 골자로 한 '임대주택법' 개정안과 주택임대관리업 도입을 명문화한 '주택법' 개정안은 서둘러 통과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인수위 활동기한 종료가 임박해 있는데도 뜸 들이는 정책이 많다보니 정부 출범과 동시에 내놓겠다던 부동산거래 활성화대책에 대한 기대감이 식어간다. 주택 보유세 및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등 거래 장벽을 걷어내기 위한 정부의 노력마저 찾기 어려운 상태다. 대통령 취임일을 보름 남겨두고 관련 정부부처인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국토해양부, 행정안전부 관계자들이 실무적인 접촉조차 갖지 않고 있다.
인수위가 커뮤니케이션에 능숙하지 않은 탓을 해야 하는 걸까. 그럼에도 새 정부의 '국민행복 프로젝트'의 현실화를 진득하게 기다리는 국민은 여전히 적지 않다.
조태진 기자 tj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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