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모든 노인에게 20만 원짜리 '복지'를 선사하겠다는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은 용두사미가 됐다. 핵심공약 치곤 허무한 결말이다. 공약을 내걸고 당선된 사람이 아직 취임도 안했으니 말이다.
국민들의 관심이 기초연금에 쏠려 있는 동안 또 다른 핵심공약인 4대 중증질환 100% 보장안도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다소 황당하기까지 한 이 계획에 목소리를 높이던 후보시절, 그는 TV토론에 나와 "간병비도 포함된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그러나 선거가 끝난 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 4대 중증질환의 3대 중요항목을 보장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당선인은 사실상 아무런 공약도 하지 않은 것과 같아진다.
아무리 정책 대결이 사라진 이미지 선거였다 하지만, 유권자 중 상당수는 박근혜 당선인의 현실적이고 안정돼 보이는 복지정책에 한 표를 던졌을 것이다. 어떤 병이든 의료비를 100만원 이내로 제한한다는 상대 후보의 과격한 약속보단, 암이나 심뇌혈관병 등 걱정스런 병만 골라 화끈하게 100% 보장하는 게 낫지 않느냐는 말이 더 매력적이고 설득력 있게 들렸을 테다.
반대로 선심 쓰듯 "모든 어르신에게 20만원을!"이란 180도 다른 방향의 복지 공약은 50대 이상 중장년층들의 몰표에 어느 정도 기여했을 것임도 분명하다.
다소 촘촘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다면 공약은 수정할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 공약이 만들어진 시기와 실행 시점 사이 예기치 못한 변수가 생길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과장을 한 셈이 됐거나 심지어 거짓말을 인정해야 한다면 고개 숙이고 국민을 설득하면 된다.
그러나 두 핵심공약의 폐기는 그리 간단히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그 사유가 공약을 만들 때부터 예측 가능했던 재정 문제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약속을 지키기가 '불가능한' 것임을 그 때 박 후보도, 그 참모들도 이미 알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도대체 어디까지 보장하겠다는 것이냐는 반복되는 질문에도 요리조리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던 것이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출구전략 좋은데, 최소한 사과는 하고 나가야 한다.
신범수 기자 answe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