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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불산누출'사고 "진실규명·재발방지"로 급선회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38초


[화성=이영규 기자]경기도 화성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불산(불화수소희석액) 누출사고'가 진실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 쪽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30일 오후 7시 동탄1동주민센터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이번 사고와 관련된 설명회를 갖는다.


30일 경기도와 경찰 등에 따르면 다산인권센터 등 경기지역 시민사회단체 회원 20여 명은 이날 화성 반월동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앞에서 불산 누출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며 규탄대회를 열었다.

회원들은 이번 노동자의 죽음은 삼성전자의 안일한 대처와 몰인간적인 태도가 빚은 사회적 타살이라며 돈은 삼성이 챙기고 불산은 결국 영세한 하청업체가 가져간 셈이라고 분개했다.


이들은 특히 산업재해 은폐에 급급한 삼성전자에 대해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정부당국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회원들은 당초 화성사업장 정문에서 집회를 열 예정이었다. 그러나 삼성이 이날 보안요원 100여 명을 동원해 사업장 앞 삼거리에 바리케이드를 치는 바람에 집회는 대로에서 진행됐다.


시민단체들은 이날 집회를 통해 경기도를 비롯한 관계기관과 민간이 합동조사단을 구성, 사고의 실체를 규명하고 사고 이후에도 작업을 계속해 온 근로자들에 대한 건강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경기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도 이날 도 소방재난본부에 대한 2013년도 업무보고에서 국가적 대형사고에 대한 신속한 대응체계 구축을 주문했다.


도의회 안승남 의원은 "화성시 향남면에 있는 화성소방서에서 사고현장(화성시 반월동)까지 시간이 많이 소요돼 사고대응이늦었다"면서 "사고발생시 관할구역이 다르더라도 사고지점과 가까운 인근 소방서가 출동할 수 있도록 소방서의 출동 매뉴얼을 작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범표ㆍ장동일ㆍ문경희 의원 등도 "국가적 인사사고인데다 사고발생 17시간 10분이 지난 후 국가기관에서 인지한 것은 안전사고 대응체계에 문제가 있다"며 "환경부를 비롯한 국가ㆍ소방ㆍ자치단체 간 사고대응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양형 도 소방재난본부장은 "삼성전자에서 자체적으로 사고를 수습하다가 사망자가 발생함에 따라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불산 가스 등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소관부처는 환경부이며, 소방공무원은 사고대응 협조를 위해 출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당초 예상과 달리 이번 사고의 진상규명 작업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됐다.


경찰 관계자는 "불산 누출량, 2차 피해유무, 사후조치, 처벌 법규 등 4가지 방향으로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고 당시 CCTV에 찍힌 지난 27일 오후 10시부터 28일 오전 8시까지 화면을 봤는데 작업자들이 방독면이나 방재복을 착용한 상태로 오가는 모습이었다"며 "얼굴 식별이 안 돼 피해자들을 통해 일일이 확인해야 누가 어떤 작업을 했는지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전날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을 방문, 치료받고 있는 부상자 4명에 대한 1차 조사를 벌였다. 하지만 CCTV 화면과 대조한 당시 상황의 진술을 확보하지 못해 시간대별 작업 상황은 파악하지 못했다. 또 사고로 숨진 STI서비스 박 모씨(34)에 대한 부검은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실시됐다. 부검 결과는 이르면 2주쯤 나온다. 또 사고 직후 국과수에 전달된 불산배관 밸브 가스킷 감정 결과도 1~2주 소요될 것으로 경찰은 예상했다.


앞서 지난 27일 오후 1시30분께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11라인 외부 화학물질 중앙공급시설에서 불산 저장탱크(500ℓ) 밸브관 가스킷 노후화로 불산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작업에 투입된 직원들이 호흡곤란 증세를 느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1명이 죽고 4명이 부상을 당하면서 사태가 커졌다. 특히 일부에서는 삼성이 불산누출 사실을 인지하고도 17시간 가량 숨겨오다 늑장신고한 것을 두고 은폐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불산은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생기는 불순물을 제거하고 웨이퍼 세척을 위해 반도체 공장에서 주로 사용한다. 하지만 불소와 수소가 결합한 맹독성 물질인데다, 공기보다 가벼워 대기 중에서 확산속도가 매우 빠르다. 이러다보니 신체에 닿으면 피부나 점막에 쉽게 침투하며 혈액이나 세포 조직에 들어가 뼈 조직을 망가뜨리고 세포의 생리작용을 교란시켜 호흡곤란이나 심장 부정맥을 유발하기도 한다. 지난해 9월 경북 구미 휴브글로벌 공장에서 불산이 누출, 모두 5명의 사상자가 나기도 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날 오후 7시 동탄1동 주민센터에서 이번 사고와 관련된 주민 설명회를 갖는다.




이영규 기자 fort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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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규 기자 fort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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