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화학물질 관리 나눠져, 컨트롤타워 없어 위기대응 허술
[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유해화학물질의 사용량이 급증하는 가운데 최근 불산 등 유해화학물질 사고가 잇따르면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해 경북 구미 휴브글로벌 불산 누출, 웅진폴리실리콘 염산 누출, 글로벌디스플레이 불산 누출 사고에 이어 28일 터진 삼성반도체 경기 화성공장 불산 누출 사고에서는 또다시 사망자가 발생했다. 사고가 계속되면서 정부의 유해화학물질 관리감독체제에 본질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유해화학물질 사고와 관련된 위기대응시스템은 이번에도 허점을 보여줬다. 삼성 측이 불산 유출을 발견한 것은 27일 오후 1시 30분 무렵으로 파악되고 있으나 사고를 신고한 것은 다음날 오후 2시 40분경이었다. 이미 사망자가 발생한 후였다. 사고 후 불산농도 측정 등 조치에 나서야 할 환경부는 이보다 더 늦은 오후 5시 40분에 관련 내용을 통보받았다.
유해화학물질 사고를 지휘할 '컨트롤타워'가 명확하지 않은 점은 사고를 키우는 큰 원인이다. 현재 화학물질 관리는 크게 3개 부처가 나눠 맡는다. 환경부는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을,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을 근거로 삼는다. 이밖에도 가압가스와 액화석유가스 관리는 지식경제부가 맡고 있다. 이처럼 소관부처가 나뉘어 있어 사고가 발생했을 때 효과적인 대응이 어려울 뿐더러 상시관리와 예방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국무총리실에서 '유해화학물질 안전관리 개선대책'을 발표하며 위기대응시스템을 재정비하겠다고 나섰으나 실제로 바뀐 것이 없다는 지적이다. 환경부로 사고대응체계를 일원화하는 것이 대안으로 제시돼왔지만 국무총리실 개선안에서는 여전히 해당물질 소관부처가 1차로 사고를 주관하게 돼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화학물질 사고는 빠른 초동대처가 가장 중요한데 사고원인물질이 뭔지, 고용노동부 관리대상인지 지식경제부 관리대상인지부터 따지기 시작하면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겠느냐"고 말했다.
2010년 환경부의 화학물질 유통량조사에 따르면 국내에 유통되는 화학물질은 1만 5840종에 달한다. 염산과 불산을 비롯헤 황산, 벤젠, 톨루엔 등 유해화학물질의 사용량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조은희 환경부 화학물질과장은 "예전에는 주로 석유화학업종에서 이같은 화학물질들을 취급하고 생산했으나 지금은 반도체, 도금업체, 비철금속 등 비석유화학업종에서도 사용량이 늘어나고 있다"며 "반도체 역시 불산뿐만 아니라 황산 등 유해물질 사용량이 많은 업종 중 하나"라고 말했다. 조 과장은 "지금까지 석유화학단지에만 관심이 집중돼왔으나 지금은 다른 업종으로도 관리가 확대되고 강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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