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김영식 기자] 애플의 실적 부진과 그에 따른 주가 하락 여파가 세계 정보기술(IT) 업계는 물론 증시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뉴욕 증시 장 마감 뒤 실적을 공개한 애플은 24일 주가가 12.35% 폭락하고 한때 거래가 정지되는 수모를 겪었다. 시간 외 거래에서(오후 7시 30분 기준)는 450달러(약 480375원) 선도 무너지고 있다. 애플의 시가총액은 482억달러로 위축돼 2위 엑슨모빌의 추격권 안에 들어섰다.
월스트리트는 애플에 대한 눈높이를 일제히 낮췄다. 애플에 대해 가장 낙관했던 투자은행 토피카 캐피털 마켓은 이날 애플의 12개월 목표 주가를 1111달러에서 888달러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바클레이스, 미즈호증권, 크레디스위스, 도이체방크 같은 내로라하는 투자은행들도 애플의 목표 주가 조정에 줄줄이 동참했다. 토피카의 브라이언 화이트 애널리스트는 "단기적으로 애플 주가가 하락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에서 발간되는 경제주간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스스로 영원히 움직이는 이른바 영구기관(永久機關)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진리가 애플과 구글에도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애플과 달리 구글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간 매출 500억달러를 돌파했다. 하지만 구글도 영원히 잘 나갈 수는 없다. 분명 그늘이 있는 것이다.
지난해 4ㆍ4분기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구글의 광고 단가는 전년 동기 대비 6% 줄어 다섯 분기 연속 떨어졌다. 모바일 기기 확산으로 개인용 컴퓨터(PC)를 통한 광고 접속이 주는 한편 모바일 광고는 아직 본궤도에 올라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ㆍ아마존 같은 경쟁업체들이 구글의 핵심 사업인 검색시장을 노리고 있는 것도 문제다. 한때 최고 전성기를 구가하다 요즘 벽에 부닥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사례는 애플과 구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 컨설팅업체 스파크 파트너스의 혁신 전문 컨설턴트 애덤 하텅은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 온라인판에 기고한 칼럼에서 "MS의 시대가 끝났다"며 "대다수 투자자가 애플ㆍ구글ㆍ아마존ㆍ삼성전자ㆍ페이스북에 관심을 보이지만 MS는 시장으로부터 관심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난공불락일 듯했던 MS가 이제 IT 시장의 맹주가 아니라는 것이다. 24일 발표된 지난해 4분기 실적도 다소 실망스러웠다. MS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한 214억6000만달러를 기록했지만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인 215억4000만달러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비즈니스위크는 애플이 현 성장세를 유지하려면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전략부터 수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위크는 저가 아이폰 외에 음악 다운로드 서비스인 아이튠스 사업도 적극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중국인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는 아이튠스를 현지에 맞게 변형한 뒤 새로운 서비스 개발로 중국 시장에 적극 뛰어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애플의 몰락으로 주목 받는 기업도 있다. 바로 인텔과 IBM이다. 투자업체 포트 피트 캐피털의 킴 코그헤이 포레스트 수석 애널리스트는 "많은 이가 PC의 몰락과 함께 인텔을 투자 리스트에서 제외했지만 PC 기반이 여전히 공고하다"며 "인텔이 모바일 분야에서 조금이라도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IBM도 포레스트 애널리스트의 추천 리스트에 포함돼 있다. 그는 "IBM이 잘 운영되고 있다"면서 "기존 기반의 이점은 잃지 않은 채 새로운 목표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평했다.
그는 "많은 이가 새로운 것을 원하지만 수익률이 여전히 높은 기존 기업들에도 관심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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