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23일 만에 전기료 인상 달성하며 리더십 인정받아
정부와 신경전 피하고 내부 문화 유연하게 바꾸는 외유내강형 스타일
[아시아경제 김종일 기자] "경영철학이 남다른 것 같다. 소통을 앞세워 취임한 바로 다음날 전력그룹사 사장단과 티타임을 가졌다. 대화를 통해 합리적으로 바꿔가겠다는 뜻으로 이해한다."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에 대한 최평락 한국중부발전 사장의 평가다. 한국중부발전은 한전이 지분 100%를 갖고 있는 한전의 발전자회사다. 불편한 관계인만큼 냉정한 평가가 나올 만도 한데 의외로 후한 평가가 내려진 것이다.
지난해 12월 17일 취임한 조 사장이 취임 한 달째를 맞이했다. 평가는 나쁘지 않았다. 한전 안팎에서는 조 사장이 부드러운 리더십 속에 한전을 유연하게 바꾸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한전 내부에서는 취임 23일 만에 한전의 숙원사업이었던 전기료 인상을 전격 달성해 '외유내강형' 리더라는 평가가 자리 잡고 있었다.
한전이라는 거대한 집단을 서서히 움직이며 긴 잠에서 깨우고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조 사장은 지식경제부의 전신인 산업자원부 제1차관 출신으로 산업ㆍ경제통이다.
한전 내부에서는 조 사장의 리더십을 일단 '믿고 따라보자'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당분간 전기요금을 올릴 계획이 없다며 요지부동이던 주무부처인 지경부로부터 취임 23일 만에 평균 4.0% 전기요금 인상이라는 선물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첫 타석에서 장타를 친 친 셈이다.
경제통 관료 출신답게 한전이라는 거대한 조직을 이해하면서 부드럽게 개혁을 추진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한전의 경영혁신을 위해 민간에서 영입했던 전임 사장들과는 다른 리더십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건설 출신의 김중겸 전 사장과 LG전자 최고경영자 출신의 김쌍수 전 사장은 지경부와 불필요하게 과도한 신경전을 펼치면서 내부의 피로도만 높였는데, 조 사장은 반대로 정부와 긴밀한 소통을 하며 실익을 찾고 있다는 목소리다.
조 사장은 수직적인 일방적 소통을 지양하며 조직문화도 유연하게 바꾸고 있다. 자신의 출근시간을 전임 사장에 비해 한 시간 가량 늦춰 임직원들이 불필요하게 일찍 출근하는 문화를 바꿨다. 사실상 '반강제'였던 주말근무도 없앴다. 경영진과 귀빈 전영 엘리베이터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지시했다. 이런 조치들이 임직원들에게 큰 호응을 얻으며 오히려 자발적인 야근 등을 이끌어내며 오히려 업무효율성을 높이고 있다는 평가다.
한전 관계자는 "한 달 동안 지켜본 조 사장은 공기업 특유의 딱딱한 조직 문화를 바꾸기 위해 자신이 솔선수범하며 조직에 새바람을 불어놓고 있다는 느낌"이라며 "아직까지 관료사회 문화에 익숙한 조직원들이 낯설어 하는 면도 있지만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자율적이고 유연한 문화에 호응하며 조직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일 기자 livew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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