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말 서울시-행안부·문화부, 행정용어 순화 착수
지체되는 고시에 서울시 “서둘러 달라”, 정부 “정착에 시간 필요”
[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지난 2011년 말 시작된 서울시와 정부의 행정용어 개선사업이 고시여부를 두고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개선 대상 용어에 고시를 서둘러 달라는 서울시와 정착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정부 입장이 맞서는 양상이다.
이에 앞서 사업 최종심의를 맡은 국립국어원은 지난해 6월 전체 1060여개 발굴용어 중 874개를 정부 고시용으로 선별했다. 공공분야에서 올바른 우리말 사용을 선도하는 한편 기존의 어렵고 권위적 형태 용어를 바꿔보자는 취지였다. 국어기본법에 따른 국어심의회 결과 당시 확정된 용어는 행정안전부용 503개와 문화체육관광부용 371개였다.
사업이 추진될 당시 서울시와 두 부처는 용어확정과 함께 고시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공문이 오가지 않은 채 이뤄진 담당자들 간 구두합의였다.
현 국어기본법 상 어문규범 제정과 관련한 고시 권한은 정부에 있어 서울시가 두 부처에 거는 기대는 컸다. 정부고시를 거칠 경우 내부 자체 심의단계를 단축할 수 있고, 그 의미도 배가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의 경우 용어발굴과 선정, 내부 위원회(서울시는 ‘행정용어순화위원회’) 합의, 문서화 및 내부토론 등 복잡한 논의과정을 거쳐야 하는 절차적 단점을 안고 있다. 여기에 확정고시까지는 문광부 ‘전문용어 표준화 협의회’와 국립국어원 심의까지 거쳐야 한다.
문제는 국립국어원의 확정심의 이후 6개월이 지나도록 두 부처 고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당초 고시를 하겠다던 합의와 달리 두 부처는 혼선 방지와 사전 정착을 이유로 ‘신중론’을 폈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6월 먼저 고시를 진행한 문화부가 행안부 용어를 고시에 포함하는 등 차질로 다음 달 이를 철회해 숨고르기는 가속화 됐다. 문광부 국어정책과 관계자는 “지난해 내부적으로 면밀한 검토를 거치지 못해 고시를 철회하는 일이 있었다”며 “기준을 새롭게 정비하고 원활하게 활용될 수 있는 방향으로 재검토를 거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르면 올 1월 안으로 재고시를 하겠다는 게 문화부의 방침이다.
행안부 역시 순화한 용어들 중 활용이 제한적인 게 존재하고, 내부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어 사전 정착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현재는 내부 전자결재시스템인 ‘온나라 시스템’을 활용한 시험가동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문화부와 달리 세부 고시계획을 가지고 있진 않은 상태다. 행안부 행정제도과 관계자는 “아직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용어들을 고시부터 하는 건 순서에 맞지 않는다”며 “내부적으로 적절성과 정착 여부를 면밀히 살핀 이후 고시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서울시는 당초 합의한 바대로 정부가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길 바라는 눈치다. 국립국어원 심의를 거쳤기 때문에 공신력을 확보한 용어들이고, 고시를 통해 제도화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일각에서는 전례가 없었던 시도에 정부가 지나치게 몸을 사리려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고시를 해도 강제성을 갖는 게 아닌 만큼 활용하면서 점차 단계를 밟아 나가면 된다”며 “고시를 거쳐 시행해 나가는 과정 중에도 잘못된 점은 얼마든지 바로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환경 변화로 표준어가 된 ‘짜장면’의 사례처럼 행정용어도 바꿔나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시는 올 상반기 내로 ‘서울시 공공언어 바르게 쓰기 사용조례’를 제정하고, 본청과 자치구, 사업소 등을 대상으로 공공언어 사용 평가도 실시할 방침이다. 또한 오는 10월 한글날을 전후해서는 제2회 ‘시민돌봄이 한마당’을 열어 시민참여 활성화에도 나선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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