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치선 미래에셋 은퇴연구소 연구위원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사태와 뒤이은 선진국 재정위기가 전 세계 금융시장을 덮친지 벌써 5년째가 되고 있다. 그 이후 투자자들의 투자패턴을 보면 가장 두드러진 현상이 보수화 경향이다. 위험자산인 주식이나 부동산 등에서 은행 예금이나 주가연계증권(ELS), 해외채권 등 안정적인 성향을 지난 자산으로 돈이 이동해왔던 것이다.
투자자들이 이런 투자행태를 보이는 이유를 설명하는 이론 중에 '손실 회피 감정'이라는 게 있다. 사람들은 동일한 금액의 이익이나 손실에 대해 상이한 감정을 갖는다. 예를 들어서 1000만원의 이익보다는 1000만원의 손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이 같은 논리가 주식형 펀드 시장에는 어떻게 작용할까. 주식시장이 하락 초기에는 사람들이 주식형 펀드를 팔지 못하게 만든다. 손실이 두려워서다. 그러나 약세장이 길어지고 하락폭이 커지기 시작하면 결국 추가 손실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주식형 펀드를 매각하고 안전자산으로 이동하게 된다.
그러나 주식시장의 역사가 말해주는 것은 끝나지 않는 위기는 없고, 장기적으로는 주식시장의 수익률이 채권수익률보다 좋을 때가 많다는 것이다. 더구나 지금처럼 저금리 기조가 지속될 때는 시장에 유동성이 많아지고 점차 주식 등의 위험자산으로 돈이 움직일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물론 시장의 방향성을 예측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그렇다고 우리가 예금 등의 안전자산 위주로만 자금을 묶어 두기에는 금리가 너무 낮다는 것이다. 특히 노후자금 마련 등의 목적으로 장기투자를 하는 경우에는 이런 낮은 금리가 미치는 악영향이 너무 크다. 자칫하면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세후수익률을 얻을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일부 자금은 주식형 펀드 등의 위험자산에 조금씩 분산해서 투자해야 한다. 이 때 손실을 보는 것이 두렵다면 적립식 투자방법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적립식은 매달 일정한 금액을 매수하기 때문에 주가가 빠진다면 더 낮은 가격으로 펀드를 매수할 수 있게 해서 장기적으로 평균매입단가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설령 주식시장이 하락하더라도 손실 폭이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오래 투자를 유지할 수 있는 심리적 조건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둘째 전체적인 사고를 하는 것이다. 만일 1개의 주식형 펀드와 1개의 해외채권형 펀드에 가입했는데 해외채권형 펀드는 수익을 내고, 적립식으로 투자했던 주식형 펀드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대다수의 사람은 플러스 수익률인 펀드와 손실을 본 펀드를 분리해서 바라본다. 그러나 전체 포트폴리오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손실 폭은 크지 않거나 오히려 이익이 발생했을 수 있다. 따라서 만족할만한 수익률을 낼 때까지 버틸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
김유리 기자 yr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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