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미국의 제조업이 부활하기 시작했다. 해외로 이전했던 제조업체들이 미국으로 속속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제프 이멜트 최고경영자(CEO)는 "중국과 멕시코에 있는 냉장고, 난방기, 자동 설거지 기계의 생산라인을 미국으로 옮기겠다"며 "아웃소싱은 이제 옛날 방식"이라고 말했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의 핼 서킨 파트너는 '미 제조업의 르네상스'를 선언했을 정도다.
선진국에서는 제조업 비중이 주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다. 따라서 미 제조업의 부활은 이례적이다. 제조업 강국 독일의 경우 1980년대~2010년 제조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0%에서 21%로 떨어졌다. 일본도 27%에서 19%로 줄었다. 예외라면 1992년 이후 제조업 비중이 커진 스웨덴을 꼽을 수 있다.
영국 경제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9일(현지시간) 스웨덴 제조업을 부활시킨 요인들이 미국에서 재현되고 있는지 살펴봤다.
제조업 부활의 첫째 조건은 통화가 약세인가 하는 점이다. 화폐가치가 떨어지면 수출 경쟁력은 상승하기 때문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스웨덴의 크로나화(貨) 가치는 1992년 고점을 찍은 뒤 현재 27% 떨어진 상태다. 미 달러화도 2002년 고점 대비 21% 떨어진 상태다. 미 제조업체들의 경쟁력이 향상됐다는 뜻이다.
다른 조건으로 생산성 향상을 꼽을 수 있다. 스웨덴은 1995년 유럽연합(EU)에 가입한 뒤 외국 자본을 적극적으로 유치했다. 게다가 다른 경쟁 국가들과 비교해 직업교육에 대한 투자를 두 배 이상 늘렸다. 해외투자 증가 및 직업교육의 영향으로 1996~2009년 스웨덴의 제조업 생산성은 57% 향상됐다. 같은 기간 독일 제조업 생산성은 17%, 미국은 69% 향상됐다.
생산성 향상이 오늘날 미 제조업의 부활을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미 제조업의 생산성 향상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가입으로 무역 규모가 커지고 기업 간 경쟁이 심화한데다 기술향상까지 더해져 가속도가 붙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의 생산성 향상이 가속화한 요인으로 기업들의 '빅 데이터'(big data) 활용을 꼽았다. 빅 데이터란 기존 데이터베이스 관리 도구의 데이터 수집ㆍ저장ㆍ관리ㆍ분석 역량을 넘어서는 대량의 정형 또는 비정형 데이터 세트 및 이런 데이터로부터 가치를 추출하고 결과를 분석하는 기술이다.
스탠퍼드 대학과 런던 정경대학 공동 연구진이 작성한 미 제조업 경영보고서에 따르면 미 기업인들은 소비자 행동분석에서부터 생산라인 효율화까지 숱한 데이터를 생산성 향상에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제조업의 르네상스를 아직 단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파이낸셜타임스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봤다. 미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이 세계 각지로 수출되는 모습으로부터 이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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