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銀 조사 수출업황지수 금융위기 이후 최저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국내 수출기업들은 올해 1ㆍ4분기 수출경기를 지난 금융위기 이후 최악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지난해 수출부진을 부추긴 원달러 환율의 급격한 하락이 올해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수출입은행은 8일 올해 1분기 수출업황 전망지수가 93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09년 1분기(73) 이후 최저치다. 수출입은행의 이번 통계는 국내 452개 기업(대기업 166개, 중소기업 286개)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것이다.수출업황 전망지수는 개별기업들의 수출경기에 대한 심리를 나타내는 지표로, 그 수치가 기준치(100) 이상이면 수출이 늘어나는 것을, 이하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들은 수출의 애로사항으로 유로존 재정위기, 미국의 재정위축 가능성, 원화 평가절상 등을 꼽았다. 특히 최근의 원화 평가절상이 당분간 지속되고, 단가 인하압력도 유지될 것으로 판단했다.
기업들의 수출물량 증감 전망을 나타내는 수출물량 전망지수는 99로 전 분기(100)보다 소폭 하락했다. 자금사정 전망지수는 93을 기록, 전 분기(99)보다 하락해 중소기업들의 현금유동성이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이재우 선임연구원은 "최근 전반적인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경제불안 요인이 여전히 상존하고, 일본의 엔화 평가절하 움직임에 따른 추가적인 경쟁력 약화도 우려하고 있는 것"고 설명했다.
작년 4분기 수출업황에 대해서도 기업들은 금융위기 이후 최악이었다는 진단을 내렸다. 같은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산출한 수출업황 평가지수는 2009년 1분기(73)이후 최저치인 87을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 급락에 따른 수출단가 하락과 판매가격 하락(반도체 등) 등으로 수출채산성이 악화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2분기 1131원에서 2분기 1152원까지 올랐다가 3분기 1134원, 1091원으로 하락했다.
이와는 별개로 수출입은행은 올해 1분기 수출경기가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수은에 따르면 수출경기 판단의 기준이 되는 수출선행지수가 1분기 127.2를 기록, 전기대비 소폭 상승했다. 이 지수는 주요 수출대상국의 경기, 수출단가 및 가격경쟁력, 산업별 수출전망, 기업들의 수출전망 등 우리나라 수출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을 종합해 수출증감 정도를 예측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전년 동기 대비 실제 수출 증가율은 작년 1분기 3%를 기록한 이후 2분기 -1.7%, 3분기 -5.7%, 4분기 -0.3%등 3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여왔다.
수출선행지수와 국내 수출기업들의 조업일수 등 변수를 종합하고 정성적 평가를 더해 수은은 올해 1분기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4% 내외 증가할 것이라는 수치도 제시했다.
이재우 선임연구원은 "수출선행지수가 미국의 경기심리 개선, 중국의 제조업 지수 상승 등 경기지표 개선으로 상승했다"면서 "다만 원화강세와 경쟁심화에 따른 수출단가 하락으로 상승폭은 다소 제한됐다"고 설명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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