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19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7여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시인 김지하(72)씨가 39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이원범 부장판사)는 4일 대통령 긴급조치 제4호 위반, 국가보안법, 내란선동 등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김씨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민청학련 사건관련 국가보안법위반, 내란선동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며 "김씨가 국가변란이나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반국가단체를 구성해 폭동을 선동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재판의 전제가 된 대통령 긴급조치 제4호는 헌법에 위반돼 무효이므로 피고사건을 범죄로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김씨가 1970년 정부 비판적인 내용을 담은 시 '오적'을 '사상계'에 게재한 사건과 대해서는 선고유예했다.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하는 '민청학련 사건'과는 별개로 '오적필화 사건'에 대해서는 지난 10월 재심개시 결정 당시 '재심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확정됐기 때문에 유무죄 판단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선고유예의 판결을 선고함으로써 김씨의 창작활동이 헌법상 보장된 예술과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 영역에 속하는, 정상적인 기본권 행사였음을 분명히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당시 사법부가 인권보장과 법치주의 수호라는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해 김씨를 포함한 다수의 지식인들이 감내할 수 없는 희생을 한 것에 대해 진실로 사죄의 뜻을 밝힌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유신시대 대표적 저항시인으로 유신체제하인 1974년 민청학련 사건을 배후조종한 혐의로 구속돼 비상보통군법회의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투옥됐다.
박나영 기자 boh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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