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어제 나온 북한의 신년사는 여러 면에서 과거와 다르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육성으로 남북대결 상태 해소를 언급했다. 신년사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말은 '경제'다. 24회 언급함으로써 '주체'(13회)ㆍ'선군'(6회)을 압도했다. 과격한 표현을 삼가며 대결 상태 해소와 남북공동선언 이행을 언급한 것은 한국 차기 정부에 관계개선을 바란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경제강국 건설이 가장 중요한 과업이라며 경제관리방법 개선과 인민생활 향상을 강조한 것은 경제정책에 변화가 있을 것임을 시사한다. 김정은 집권 첫해인 지난해 경제가 잘 풀리지 않았다는 방증이자 그만큼 경제문제 해결이 중요하다는 간접 표현으로 볼 수 있다.
과소평가하거나 과대평가할 일은 아니다. 신년사대로 움직이는지 지켜보면서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끄는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된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농업과 경공업을 경제발전의 주력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개성공단 사례에서 보듯 경공업 분야 경제협력은 남북한 모두에 도움이 되는 모델이다. 개성공단 규모를 확대하거나 제2, 제3의 개성공단 사업을 추진하면 정치ㆍ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농업은 북한의 식량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사회와 공조를 취할 수 있는 분야다.
물론 여기에는 북한의 태도 변화가 관건이다. 북한은 근래 들어 가장 온건한 신년사를 발표하면서도 "첨단 무장장비는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며 핵ㆍ미사일 개발을 계속할 것임을 내비쳤다. 지난해 말에는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행했다. 북한은 국제규범과 다른 나라와의 교류협력을 무시하며 홀로 발전하기는 어렵다는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진정으로 남북관계를 포함한 대외관계 개선과 경제발전을 바란다면 이를 가로막는 요소들을 스스로 제거하고 개혁ㆍ개방의 세계로 나와야 할 것이다.
올해는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60년이 되는 해다. 남한에선 박근혜 새 정부가 출범하고, 북한은 김정은 체제가 2년을 맞는다. 경색된 남북관계의 변화를 모색하기 좋은 시점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공약에서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겠다고 했다. 남북한 모두 성의 있는 자세로 대화를 재개해 관계 변화를 모색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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