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국내 금융소비자는 대부분 은행이 부여한 고객 등급과 혜택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금융 거래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등급을 의식해 금융 행동을 하는 소비자도 거의 드물었다.
하나금융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은행의 효율적 고객등급제도 운영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본인의 등급과 등급에 따른 혜택을 모두 알고 있는 소비자 비율은 13.3%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금융소비자의 55.3%는 은행에서 본인에게 부여한 등급도 파악하고 있지 못한 상황이었다.
은행의 정기 예·적금 상품 가입자 중 본인의 향후 거래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기존 거래 금융기관의 금융상품을 선택하는 소비자는 10% 미만으로 파악됐다.
현재 각 은행들은 지난 2006년 이후 금융그룹 내 통합 고객등급제도를 적용해왔고 금융거래 실적에 따라 4~5개의 고객등급을 구분하고 등급별 우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은행들은 고객등급 선정기준에 있어 다소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고객의 등급에 따라 수수료를 차등부과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대부분의 은행은 수익성을 고려해 3개월 단위로 고객 등급을 부여해 3개월 동안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특정 시기에 높은 등급을 부여 받더라도 혜택 유지 기간이 종료되면 소비자가 더 나은 조건을 제공하는 금융기관 및 금융상품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또 입·출금, 송금 수수료는 특정 금융상품을 가입하는 경우에도 면제받을 수 있어서 고객 관점에서 등급에 의한 혜택이 매력적이라고 인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처럼 고객 등급제도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까닭은 은행이 온라인·모바일 뱅킹 접속시 등급을 노출하는 형태로 고객 등급을 안내하고 있으나 지점 등 대면 채널에서는 고객 등급 및 혜택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한 것으로 지적됐다.
또 등급별 혜택이 금융거래 수수료 면제에 집중돼 제한적 형태의 금융거래를 하는 개인고객의 입장에서는 체감하는 혜택이 많지 않다고 느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오영선 하나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고객 등급제도는 고객의 금융니즈를 복합적으로 반영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면서 "고객이 스스로 등급을 인지하고 동일 금융기관에서 지속적으로 상품을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가이드를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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