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주장한 새 재판 요구는 기각...삼성, 현실적으로 '얻을 것 얻었다' 분석도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미국 법원이 삼성전자 제품의 영구 판매 금지를 요청한 애플의 주장을 기각했다. 삼성전자의 새 재판 요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법원이 삼성, 애플의 손을 한 차례씩 들어줬지만 최종 판결에서 현실적으로 가장 중요한 쟁점인 삼성 제품 판매 금지 여부에서는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의 최종 판결은 지난 8월말 나온 배심원 평결보다 삼성전자에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17일(현지시간) 특허 전문 블로그 포스 페이턴츠 등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의 루시 고 판사는 이날 삼성전자 26개 제품의 미국 내 영구 판매 금지를 요청한 애플의 주장을 기각했다. 지난 8월말 배심원 평결이 나오자마자 애플이 삼성전자 제품에 대한 판매 금지 요청을 한 데 따른 것이다.
루시 고 판사는 "삼성전자가 애플의 소비자층을 상당 부분 침해했을 가능성이 있으나 완전히 침해했다거나 애플의 스마트폰 사업을 무력화시킨 정황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날 법원은 삼성전자의 새로운 재판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배심원장 벨빈 호건이 배심원 선정 과정에서 중요한 사실을 밝히지 않는 등 위법행위가 있었기 때문에 재판을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건은 삼성전자와 협력 관계에 있는 씨게이트와 소송에 휘말린 적이 있다. 배심원 평결 후 공개적으로 삼성전자에게 고통을 주길 원했다고 밝히며 공정성 논란을 일으켰다.
법원은 이날 삼성 제품 판매 금지와 새로운 재판 여부 등 2개의 쟁점에 대해 최종 판결을 내렸다. 각각 삼성전자, 애플의 손을 한 번씩 들어줬지만 사실상 삼성전자에 유리한 상황이 전개됐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법원이 새로운 재판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삼성전자가 최종 판결에서 얻어낼 수 있는 것은 애플의 삼성 제품 판매 금지 요청 기각과 손해배상액 감면이었다. 이날 법원이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정상적으로 제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하면서 삼성전자는 사실상의 승리를 얻어냈다. 향후 삼성전자가 또 한 번 얻어낼 수 있는 것은 손해배상액 감면이다.
업계에서는 손해배상액 감면 가능성도 상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루시 고 판사는 최종 판결을 앞두고 이달초 진행된 평결불복 법률심리(JMOL)에서 양측 변호인에게 배심원단이 애플의 피해액을 잘못 계산했으며 손해배상액을 조정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고 밝혔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손해배상액 감액 요청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어 향후 재판 결과에 이목이 쏠린다. AP 통신은 "판사가 (배심원단이 명령한) 10억5000만달러 손해배상액을 줄여 줄 준비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앞서 미국 배심원은 삼성전자가 애플에 10억5000만달러(약 1조2000억원)를 배상해야 한다고 평결했다. 삼성전자는 손해배상액 감면, 애플은 추가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권해영 기자 rogue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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