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북한이 장거리 미사일(로켓)의 발사 예정기간을 29일까지로 연장했다.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연내 미사일발사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선포한 셈이다.
11일 정부관계자는 "북한이 밝힌 1단계 로켓의 조종 발동기 계통에 기술적 결함이 심각하지 않다면 예정대로 오는 29일 이전에 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보당국은 이번에 기술적 결함이 발생했다는 조종 발동기 계통은 엔진출력을 조절하거나 방향을 제어하는 부위로 판단하고 있다. 기술결함 정도에 따라 미사일을 발사대에서 다시 분리하지 않고도 수리작업이 가능하다. 북한이 예고한 29일 발사시기를 맞출 수 있다는 계산이다.
북한 내부적으로도 올해 강성대국 원년의 해로 강조한만큼 내년까지 미룰 수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정은 체제로 전환되면서 내부결속력을 다지기 위해서는 미사일발사 성공이라는 업적이 필요하다.
북한이 '대포동 1호'를 발사한 지난 1998년 8월31일은 김정일 1기 체제가 출범한 시기였다. 당시 미사일 발사는 대기근으로 흉흉해진 민심을 잡는 용도였다. 이어 2006년 7월 '대포동 2호'는 마카오 소재 방코델타아시아(BDA)에 예치된 자신들의 통치자금을 동결하면서 심각한 재정압박을 받았을 때다. 2009년 4월 세번째 로켓 '은하 2호'를 발사했을 때도 김정일 위원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직후여서 주민들의 불안감이 팽배했던 시기였다. 내부결속용으로 탈출구가 필요했던 셈이다.
김연수 국방대학교 교수는 "올해는 김정일 1주기, 김정은 인민군 최고사령관 추대(12월30일), 김정숙의 생일(12월 24일) 등 상징적인 의미가 커 내년보다는 연내 발사가 불가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외교적인 카드로도 활용될 수 있다. 미국에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가, 중국에서는 시진핑 체제가 새롭게 출범했다. 일본은 총선을, 남한은 대선을 앞두고 있다. 급변하는 동북아시아 정세 속에서 국제사회의 대북정책을 가늠하기 위한 시험대로 로켓 발사를 활용하고 국제사회에 '협상용 카드'로 이용할 수 있다.
여기에 환경적인 제약도 없다. 북한 동창리발사장의 평균기온은 영하 10~15도. 미사일전문가들은 이 정도의 추위로는 발사에 지장이 없다고 평가한다. 장거리 탄도미사일은 기온이 영하 50도까지 떨어지는 성층권을 통과하는 만큼 저온과 압력을 견디도록 설계됐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발사대에서 미사일을 해체하기 전까지는 미사일을 포기했다고 보기 힘든만큼 경계태세를 그대로 유지해 정밀 감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낙규 기자 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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