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2001년 국가부도라는 위기에 내몰렸던 아르헨티나가 헤지펀드로 또 위기에 처했다.
미국에서 발간되는 경제 주간지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발단은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뉴욕 연방법원이 아르헨티나 정부가 다음달 15일까지 헤지펀드들에 13억3000만달러(약 1조4403억원)의 원리금을 모두 상환해야 한다고 내린 판결이다.
아르헨티나는 바로 항소했다. 내년 2월 27일까지 부도 위기를 연기한 셈이다.
채무를 돌려받겠다는 헤지펀드들의 전략은 예상 밖이다. 순항 훈련차 가나를 방문한 아르헨티나 해군 함정이 억류되는 일도 있었다.
문제의 발단은 11년 전인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가부도 위기로 내몰린 아르헨티나 정부는 950억달러 규모의 채권 지급 중지를 선언했다. 이후 채권단과 원금 규모를 대폭 축소하는 채무조정에 합의했다. 2005년과 2010년 두 차례 조정에 합의한 채권 93%는 기존 가치의 33% 수준인 신채권으로 대체됐다.
그러나 일부 헤지펀드가 아르헨티나 정부의 채무구조 조정안에 합의하지 않고 채권을 갖고 있다 문제 삼는 것이다. 이들 펀드는 부실 채권에 집중 투자해 수익을 내는 이른바 '벌처펀드'다. 헐값에 아르헨티나 채권을 사들여 원금 그대로 상환 받아 고수익을 내는 게 벌처펀드의 투자전략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문제로 아르헨티나의 경제가 악화하고 국제 자본시장에서 아르헨티나에 대한 여론도 나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제 신용평가업체 피치는 이미 아르헨티나의 국가 신용 등급을 기존 'B'에서 'CC'로 다섯 단계나 끌어내렸다.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소재 라트마크자산운용의 산티아고 마기 파트너는 "헤지펀드의 공세에 적극 대응하면서 아르헨티나가 피해 당사국이라는 점을 널리 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아르헨티나와 헤지펀드들의 분쟁이 그리스 부채위기 해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리스도 아르헨티나처럼 채권 헤어컷(원리금 삭감)에 나선만큼 앞으로 투자자들과 분쟁을 겪을 소지가 있다는 뜻이다.
백종민 기자 cinq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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