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경매에 넘겨도 주택담보대출 상환이 어려운 '깡통주택' 보유자가 19만3000명, 대출액은 13조원으로 파악됐다고 금융감독원이 밝혔다. 전체 주택담보대출자의 3.8%, 대출액의 3.3%다. 금융권별로 보면 상호금융 11만명(6조1000억원), 은행 6만6000명(5조6000억원), 저축은행 7000명(5000억원) 순이다. 각 금융권의 대출 현황을 취합한 결과이니 그동안 나온 다른 관련 통계들보다 실상에 근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깡통주택 규모가 심상찮은 수준에 이르렀음이 확인된 셈이다. 집값 하락 추세가 상당기간 더 계속되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므로 이대로 놔두면 깡통주택이 더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깡통주택은 채무자를 하우스푸어로 전락시키는 원인이다. 대출 원리금 상환부담이 과중한 채무자는 삶의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 뿐만 아니라 깡통주택은 금융회사 부실화를 초래한다. 담보주택을 처분해도 대출원금의 일부는 떼이기 때문이다.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에서 발생한 깡통주택이 66%나 되는 점도 우려된다. 제2금융권은 아무래도 은행권보다 대출 관련 리스크를 관리ㆍ흡수하는 능력이 취약하다.
가계부채가 한국경제의 최대 위험요인으로 지목된 뒤로 정부와 금융당국은 주택담보대출 부실화 추이를 주의 깊게 관찰해 왔다. 그러나 아직까지 본격적인 대응에는 나서지 않고 견제구만 여러 차례 날렸다. 가계부채 총량 관리, 금융기관 담보물 매매중개지원 제도 확대실시, 변동금리 대출의 장기 고정금리 전환 유도, 프리워크아웃 도입, 금융회사별 자율 채무조정 권유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런 조치들의 효과는 그리 크지 않았다. 이번 깡통주택 실태 조사를 계기로 보다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어 보인다.
우선 급한 불부터 꺼야 한다. 깡통주택 보유자라도 다른 재산이 많거나 소득수준이 높은 채무자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저소득층이면서 채무가 과중한 깡통주택 보유자는 처지가 절박하다. 금감원은 깡통주택 보유자 중 1개월 이상 연체자 등 고위험군 8만명을 가려내어 그 실태를 정밀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이것이 적극적 대응책 마련의 첫걸음이라면 올바른 접근법으로 여겨진다. 금융권은 한계 대출고객에 대해 훨씬 더 과감하고 선제적으로 채무조정 지원에 나서야 한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