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주요 대기업들이 투자를 최대한 자제하고 현금 비축에 여념이 없다.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 몸 사리기에 들어간 것이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촉발된 세계 경제불황이 향후 수년 이상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대기업들은 신규 투자를 꺼리며 너도나도 긴축경영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들어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4조1318억원이나 늘었다. 지난해 말 14조6918억원이었던 현금자산이 올 9월말 18조8235억원으로 28.1% 급증한 것이다. 2010년말 9조7914억원에 비하면 거의 2배 수준이다.
반면 삼성전자의 시설투자는 크게 줄고 있다. 올 1·4분기 7조7593억원에서 2분기 6조1887억원, 3분기 4조5354억원으로 쪼그라들고 있다. 3분기 투자액은 2010년 1분기 4조1415억원 이후 10분기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이다.
LG전자도 상황은 비슷하다. LG전자는 올 3분기까지 생산시설 투자가 1조1280억원에 그쳐 연간 목표치인 1조6000억원 달성이 불투명하다.
이에 반해 현금자산은 지난 9월말 현재 2조6619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3.5%(3164억원) 증가했다.
현대자동차 역시 다량의 현금자산을 쌓아 두고 있다. 지난해 말 6조2319억에서 올 9월말 현재 7조4717억으로 19.9%(1조2397억원) 급증했다. 같은 기간 기아차도 현금자산이 9.6%(2216억원) 늘어 2조5258억을 기록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설비투자는 지난 9월말 현재 약 1조5000억원, 8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적은 수준이다.
포스코의 현금자산도 지난 9월말 현재 5조1236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1.4%(5249억원) 많아졌다.
이처럼 기업들이 현금 비축에 나서는 것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재계 관계자는 "유럽 재정위기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려면 길게는 10년이 걸릴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는 있다"며 "업종을 불문하고 불황에 자유롭지 못한 현재 상황에서는 현금을 확보하는 게 최선의 전략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기업들의 이 같은 몸 사리기 전략이 장기적으로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위기일수록 선제적인 투자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선점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민규 기자 yu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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