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버냉키가 무슨 일을 했는지 봐라”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현지시간)자 사설을 통해 한국 정부의 환율방어 정책 도입에 대해 한 마디로 요약한 말이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의 통화 정책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환율시장 개입에 단초가 됐다는 의미다.
WSJ은 이날 ‘버냉키의 한국 형제들’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서울이 새로운 자본통제 정책을 도입했을 때 또 다른 통화정책 도미노가 쓰러졌다”며 “(선물환 포지션 한도 축소)결정이 급격한 자금 유입을 맡는 당사자로서 은행의 능력을 억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의 중앙은행들이 미국이 쏟아낸 달러 때문에 경제정책 운용에 고전 중지만, 통상 각국의 자본통제를 억제했던 미국이 이번에는 손 쓸 수 없다고 분석했다. 버냉키 의장과 연준이 다른 나라 경제에 유동성을 지나치게 공급하면서 각 국의 경제 상황을 어렵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가 환율 방어라는 정책 수단을 선택하게 된 필연성에 대해서도 인정했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지난 5월부터 9% 오른데다, 비교적 탄탄한 경제와 미국 보다 높은 금리를 유지하면서 해외 자본 유입이 확대된데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외국 자본이 지나칠 경우 금융시스템을 망칠 수 있다는 우려가 환율 방어를 천명한 이유라는 설명이다.
다만 서울의 역사적인 자본통제가 원화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투자자들이상황이 좋을 때는 투자금을 쌓아놓지만, 외환 당국이 통제를 도입하겠다는 신호가 나오면 즉시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서울의 외환당국이 전날 환율 변동성을 살피겠다고 한 약속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언급이 추가 통제정책 도입을 알리는 것인 만큼 자금 유출의 가능성을 키우는 탓이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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