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너 자신을 아는 것은 힘이다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 3년차 직장인 이모(29)씨는 얼마 전 뒷목을 잡을 만큼 분노할 일을 겪었다. 후배가 자신의 지시를 어기고 독단적인 행동을 한 탓이다. 한 두 번은 조용히 일러주며 눈 감아줬지만 일이 반복되자 후배의 행동 하나하나가 눈에 거슬렸다. 조언을 해줘도 돌아오는 건 말 뿐이었다. 결국 스트레스가 폭발한 이씨는 후배에게 조언을 아예 해주지 않기로 했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기업 인사담당자 76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59.9%가 사내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골칫덩이 직원이 있다고 답했다. 주로 매사에 부정적인 태도로 동료를 방해하거나(45%, 복수응답) 회사 방침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하는 직원, 업무 절차 등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행동하는 직원(각 32%) 등이 많았다. 사내 뒷담화와 루머를 조장하는 직원(27.6%), 무례하게 행동하는 직원(21.5%), 사내 파벌을 형성해 갈등을 조장하는 직원(16.7%) 등도 골칫덩이 직원 후보에 올랐다.
조직 내 갈등은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모두 공동의 목표를 향해 노를 저어가지만 다양한 구성원들이 한 데 모인 만큼 갈등의 불씨는 꺼지지 않는다. 부서 이동이나 조직 개편, 프로젝트팀 참여 등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새로운 사람들과 일할 경우 갈등이 피어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갈등이 일어나면 비난의 화살은 내 자신이 아니라 남에게 향한다. 하지만 자신에게 갈등의 원인이 내재돼 있을 수도 있다. 다만 의식하지 못하거나 애써 부정하고 있을 뿐이다. LG경제연구원이 최근 펴낸 '나에게서 찾는 구성원 간 갈등의 원인' 보고서를 바탕으로 조직 내 갈등 상황에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나'에게 내재돼 있는 갈등의 원인= 상사에게 잘 보이려고 딸랑딸랑 거리는 동료를 보며 직장인 B씨는 속으로 혀를 끌끌 찬다. '저렇게까지 해야하나'라는 생각에서다. 그런데 B씨가 동료를 싫어하게 되는 과정에는 B씨의 심리 영향도 있다고 한다. 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은 개인이 가지고 있으나 스스로 이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특성을 가리켜 '그림자'라고 정의했다. B씨에게 그림자는 상사의 인정을 받고 싶은 욕구다. B씨가 감추고자 하는 그림자를 동료가 상기시킨 탓에 곱게 보일 리 없다는 뜻이 된다.
과거의 경험이 현재 다른 사람에게 적용되는 사례도 있다. 과거 자신에게 좋지 않은 기억을 남긴 사람에 대한 감정, 갈등, 바람이 눈앞에 있는 다른 사람에게 적용되는 '전이'다. 과거 갈등을 빚었던 사람의 성격이나 행동 등이 단서로 작용해 상대방이 싫어질 수도 있다. 또 자기중심성이 강한 경우 자신의 잣대로 상대방을 평가하고 깎아내리는 실수를 범하기도 한다. 조직 내 단합을 위해서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하는데, 이런 유형은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해 쉽게 갈등 상황에 놓이게 된다.
때로는 집단 간의 갈등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여 문제가 생긴다. 예를 들어 한 기업 내 A조직과 B조직이 과거부터 지속적인 갈등 관계에 있을 때, 두 부서에 들어간 신입사원은 집단 구성원으로서의 정체성을 갖게 된다. 따라서 갈등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지 못해도 조직의 갈등 관계를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친분관계에 의해 형성된 집단이 개인에 대해 부정적인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갖고 있는 경우에도 갈등이 나타난다. 이는 특정 구성원을 따돌리거나 텃세를 부리는 행동에 동참하면서 표출된다.
◆생각을 바꾸자= 위와 같은 원인은 일종의 비합리적인 사고 방식에 해당된다. 반복적으로 경험해온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이런 사고 방식을 바꿔야 한다. 전문가들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고 이를 바탕으로 행동에 변화를 주는 것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먼저 자신이 상대방을 싫어하는 이유가 타당한지 검증해야 한다. 이유가 일시적이고 상황적인 요인에 의한 것은 아닌지, 다른 사람이 납득할 만한지 등을 판단하자는 것이다. 물론 타당성을 입증하는 일은 쉽지 않다. 과거부터 익숙해져온 사고 방식이기 때문. 따라서 다른 동료들도 같은 이유로 상대방과 갈등을 빚고 있는지 확인해본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자신의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해석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또 상대방을 싫어하면 자신에게 어떤 이점이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의 갈등 상황이 자신에게 업무 수행, 조직 생활, 심리적인 측면 등 어떤 손실과 이득을 가져다주는지 판단해야 한다는 뜻이다. 만약 갈등 상황이 자신에게 별다른 부담이 되지 않거나 다른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굳이 상황을 개선할 필요성을 못 느끼게 된다. 그러나 상대방을 맞닥뜨리거나 피하는데 지나치게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거나 다른 동료들에게 피해를 준다면 행동을 고쳐야 한다. 정신적 피로 뿐만 아니라 업무 몰입도가 떨어지고 조직 분위기를 흐를 수 있어서다.
전재권 선임연구원은 "싫어하는 동료와 함께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상대방에 대한 미움의 감정을 해소하지 못하면 관계 갈등은 물론이고 업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한다"면서 "상대방을 싫어하게 된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아보면 자신의 미성숙한 부분을 일깨우는 타산지석의 기회가 될 수 있고 향후 유사한 상황이 발생해도 보다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혜정 기자 par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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