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풀무원의 해외시장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이로써 풀무원이 중소기업 영역 침범, 골목상권 장악 등으로 국내소비자 주머니를 털어 해외 법인의 손실을 메워주고 있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풀무원은 식자재 유통사업에서 프랜차이즈 사업에 이르기까지 돈되는 사업에만 몰두, 중소기업 영역침범과 골목상권 장악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시장에서 꾸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풀무원이 해외 시장에서는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풀무원은 올해 3분기(누적 기준) 현재 미국과 중국에서 215억4569만원의 순손실을 기록 중이다.
풀무원의 미국법인인 풀무원USA가 176억7921만원의 손실을 냈고, 중국법인도 38억6648만원의 손실을 봤다. 베이징포미다식품유한공사와 상하이포미다식품유한공사에서 각각 26억7270만원, 11억9378만원의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다.
특히 중국법인의 경우 2010년도에도 2억9148만원, 지난해에도 37억555만원의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를 면치 못했다. 올해는 3분기 현재 지난해 손실액을 넘어서고 있어 사상 최대 손실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풀무원은 두 차례에 걸쳐 중국법인인 베이징포미다식품유한공사와 상하이포미다식품유한공사에 각각 165억9425만원, 14억292만원을 추가 출자했으나 실적은 오히려 추락하고 있다.
실제로 풀무원은 2008년 상하이에 합작법인(상하이풀무원복생녹색식품) 형태로 현지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에 전략을 바꿔 2010년 상하이ㆍ베이징ㆍ충칭에 독자 법인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지만 실적에서 보여주듯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풀무원 측은 지난 8월 베이징과 충칭에 각각 식품과 건강기능식품 공장을 완공하고, 현지 시장을 공략하다보니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 일시적으로 손실을 봤다는 입장이다. 풀무원 관계자는 "앞으로 중국 북부의 베이징, 동남부의 상하이, 서남부의 충칭 등 삼각거점을 중심으로 중국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며 "이미 중국에 냉장 냉면과 떡볶이 등 17개 제품을 수출해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충칭 등지의 까르푸, 월마트, 테스코, 롯데마트, 이마트 등 280여개 대형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중국 내 친환경 및 신선식품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풀무원이 중국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문화적인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관측했다. 중국과 중국인을 이해하려면 '관시(關系)' 문화가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과 추함을 동시에 파악할 수 있어야 하나 풀무원이 이를 잘 활용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교수는 "기업들의 해외 시장 진출은 바람직하나 상인들의 생계인 골목상권을 흔들고 그 속에서 벌어들인 수익으로 해외에 진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이 같은 대기업들의 행태는 골목상권 상인들에게 희망을 빼앗아가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기업들이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한 것이 아닌 골목상권을 보호하면서 해외 시장에서 높은 수익을 올려 국익증대에 일익을 담당하고 나아가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광호 기자 k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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