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들 전남 고흥서 배타고 현장검증..어민들 생생한 증언 이어져
[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
"재판 때문에 서울 오갈때마다 비용이 엄청 들었다. 직접 와주니 매우 고맙다." 김천수(76) 월하어촌계장은 당사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듣기 위해 전남 고흥까지 찾아와준 판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
26일 사법사상 처음으로 판사들이 생업으로 바빠 법정을 찾기 어려운 당사자들을 직접 찾아가 재판을 열었다. 서울고법 민사8부(홍기태 부장판사)는 이날 전남 고흥 어촌계 10개 등이 "고흥방조제 갑문설치 후 담수배출로 인해 어업피해를 입었다"며 국가와 고흥군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심리를 광주지법 순천지원 고흥군법원에서 진행했다.
재판부는 재판에 앞서 어업피해에 대한 해상 현장검증이 필요하다는 어민들의 의견에 따라 배를 타고 1시간30분에 걸쳐 고흥만 앞바다는 물론 인공습지, 하수처리장 등을 둘러봤다.
재판부는 고흥반도 상세 지도를 펼쳐놓고 배수갑문 담수 방류의 영향에 관해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는 원·피고측 대리인들의 설명을 귀담아 들었다. 또 피해를 입은 어민들의 증언도 놓치지 않았다.
"바다가 다 썩어서 쓸데없는 파래만 붙고 굴은 떨어져 나간다", "피조개·키조개·제사꼬막 할 것 없이 잘 잡히는 조개가 하나도 없다." 판사를 본 어민들은 실감나는 증언을 쏟아냈다. 전도원(47) 남암어촌계장은 "맛난 능성어가 더 이상 잡히지 않는다"며 애통해했다.
오후3시부터 시작된 재판에는 고흥만에서 50년 가까이 물질을 해왔다는 해녀가 직접 증인으로 출석해 바다의 피해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용동어촌계 소속 정원용(60)씨는 "판사들을 보면 원래 위축되고 두려웠는데 다소나마 얘기를 하니 마음이 좀 진정되는 느낌이다. 배상 액수가 크고 적고 간에 좀 개선해서 바다를 다시 살렸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어민들은 환경전담재판부의 판단을 받기 위해 지역법원이 아닌 환경전담재판부가 있는 서울중앙지법에 소를 제기했으나 그동안 거리가 멀어 소송대리인만이 재판에 참석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1심 재판부는 담수호 방류로 인한 해수오염으로 어장에 피해가 누적됐다고 판단해 국가에게 "어장 피해금액의 70%인 72억을 지급하라"고 원고일부 승소판결했다. 이에 국가와 고흥군은 "감정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며 항소했다.
다음 재판은 1월 24일 서울고법에서 열린다.
박나영 기자 boh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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