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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여성 4명…그녀들의 식탁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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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비정규직으로 부르는 이른바 '단기직' 여성 4명이 그들의 식탁으로 초대했다. 지난 21일 경기도 모처의 한 식당에 초대(?)받았다. 단기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30~40대 여성 4명으로부터. 그녀들이 마련한 식탁에서 이야기를 들었다. 그것만으로도 자신들은 위로가 된다고 했다. 비정규직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누구나 알고 있는데 현실은 속 시원히 풀리지 않고 있는 '난제'이다.


"우울하죠. 앞으로도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게 슬픕니다. 희망이 없는 거죠."

그녀들은 경기도청 소속의 한 공공 연구소에서 단기직으로 일하고 있다. 정규직인 연구사 밑에서 연구를 도와주는 보조원 일을 한다. 아침 8시30분부터 저녁 6시까지 일한다. 육체적으로 힘든 것은 크게 없는데 무엇보다 '상실감'이 크다고 했다.


4년8개월 근무했다는 48살의 '맏언니' A 씨가 먼저 젓가락을 들었다. 그녀의 젓가락에는 '일당 3만8000원'이라는 쓰디 쓴 반찬이 올라왔다.

"매년 11개월 동안 일하고 사직한 뒤 다시 재계약하는 일이 반복됐죠. 그 사이에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어요. 토,일요일 쉬지 않고 꼬박 한 달을 일하면 120만원 받아요. 계약할 때는 퇴직금이 없다는 서약서도 반드시 써야 하고,"


30살의 B 씨는 네 명의 여성 중 나이가 제일 어렸다. B 씨는 조만간 결혼을 한다. B 씨는 "남들이 보기에는 나름 공공기관에 다니고 있어 좋겠다고 하는데 희망을 꿈꿀 수 없다는 현실이 우울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가슴을 아프게 하는 '우울'이란 접시를 손가락으로 돌돌 말고 있었다. B 씨는 "일정기간 일하고 나면 평가를 하거나 내부 조건을 따져 무기직으로 전환하면 될 텐데 이곳은 무기직으로 있는 어떤 한 분이 그만둬야 TO(자리,Table of Organization)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기약이 없다는 것이다.


1년이 조금 넘은 42살의 C 씨는 얼마 전 경험한 '서러움'을 안주 삼았다. C 씨는 "지난 수능(대학수학능력시험)때였는데 경기도차원에서 떡을 돌린 적이 있다"며 "무기직까지만 나오고 단기직은 주지 않더라"고 말했다. 서로서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가슴 속에 밀려드는 서러움은 말로 다 할 수 없었다고 했다.


47살의 D 씨는 "정규직인 연구사와 무기직의 경우 분기마다 보너스가 나오는데 단기직의 경우 해당되지 않는다"며 "보너스가 나올 때마다 같은 일을 하고 같은 공간에 있는데 우리만 전혀 다른 세상에 사는 기분"이라고 눈물을 머금게 하는 '차별'을 숟가락에 담았다.


이들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한 집안의 가장이 아니라 아르바이트한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는 것. 이날 식탁에는 오지 않았는데 같이 일하는 동료 중에 대학생과 고등학생을 둔 56살의 한 아주머니가 있다고 했다. 네 명의 여성은 "우리는 남편이 같이 버니까 괜찮은데 이 아주머니는 혼자서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며 "일요일 근무나 야근 등이 생기면 그 아주머니에게 전부 몰아준다"고 말했다. 그나마 그렇게 일하면 자신들보다 한 달에 20만원 정도는 더 벌 수 있지 않겠느냐는 판단에서다.


서울시는 지난 5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기준으로 2년 이상 상시·지속적 업무 종사자로 정했다. 광주광역시의 광산구청도 지난 2011년 단기직으로 일한 지 18개월이 지나면 직무능력과 근무태도를 평가받아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했다.


비정규직 문제는 지금 이 시점에서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이다. 일시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지만 서울시와 광산구청처럼 희망의 메시지라도 전달해야 한다. 네 명의 여성들은 그녀들의 식탁에서 마지막으로 "누구에게나 꿈은 있어야 한다"며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없다는 게 비정규직의 가장 큰 슬픔이자 절망"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의 2011년 8월 근로형태별 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비정규직 근로자는 599만5000명이다. 전체 임금근로자의 34.2%를 차지한다. 이 중 여성 비정규직 근로자는 320만 명으로 전체 비정규직의 절반 이상을(53.4%) 넘어서고 있는 상황이다.



정종오 기자 ikok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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