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동반하락 우려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현대·기아자동차의 연비 과장 사태로 미국 등 글로벌 매출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에 강판을 납품하는 철강사들도 실적 악화 우려에 떨고 있다.
특히 현대·기아차 매출 비중이 높은 계열 철강사인 현대하이스코 및 현대제철의 불안감은 더욱 크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의 연비 과장 논란이 확산되면서 자동차용 강판을 납품하는 철강사들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미국·유럽 등을 중심으로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던 현대·기아차의 브랜드 이미지가 한순간에 실추되면서 세계 시장점유율 하락 및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경우 실적이 동반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불안한 것은 현대차그룹의 자동차강판 전문 철강사인 현대하이스코다. 이 회사는 자동차용 냉연강판 및 강관 등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실제 올 상반기 현대하이스코의 매출채권 중 46%가 그룹사 물량이다.
현대제철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자동차용 강판 전문기업을 표방하고 있는 현대제철은 현대·기아차에 쓰일 강판 제조를 위해 대량의 열연강판 등을 현대하이스코에 납품하고 있다. 현대제철의 올 상반기 전체 매출 중 현대하이스코로 나간 물량만 21.4%에 달한다. 현대·기아차의 판매실적이 저조하면 도미노처럼 매출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는 현재 당진에 3고로와 2냉연공장 등 설비 증설을 진행 중이어서 내년부터 생산물량이 늘어날 예정이다. 안 그래도 세계 철강시장이 공급 과잉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하면 이들의 설비 투자가 '말짱 도루묵'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국내 1위 철강사인 포스코 역시 현대차그룹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지만 올 상반기 매출 비중은 약 3%로 크지 않다. 포스코의 최대 매출처인 현대중공업그룹과 한국GM의 매출 비중이 모두 3%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현대·기아차의 매출 감소로 인한 타격을 덜 받는 것이다. 특히 포스코는 거의 모든 글로벌 자동차회사에 철강재를 납품해 포트폴리오가 다양하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 연비 사태의 파장이 자동차강판을 납품하는 철강사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매출처를 다변화해 위험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민규 기자 yu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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