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독립경영 보장'을 요구하며 하나금융지주와 대립했던 외환은행 노동조합이 항의 집회를 중단하기로 했다. 갈수록 대립각이 커지자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경영진이 수습에 나섰기 때문이다.
9일 은행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전일 외환은행에 "올해 2월에 맺은 합의서를 존중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사태가 커지는 것을 본 외환은행 경영진이 먼저 IT·카드 통합에 대해 하나금융에 확인을 요청했고, 하나금융이 이에 대해 답변한 형식이었다.
하나금융은 올해 초 외환은행 노조와 ▲외환은행 독립법인 존속 ▲외환은행의 하나금융 자회사 편입 5년 경과 후 하나은행과의 합병 협의 ▲합병 시 대등합병 원칙 적용 등에 합의한 바 있다.
답을 받은 윤용로 외환은행장은 이날 저녁 사내방송을 통해 내용을 전달했다.
윤 행장은 방송에서 "지주사로부터 올해 2월 체결한 합의서 준수 의지와 7월 이사회에서 확인된 5년간 '투 뱅크 체제' 유지 원칙에 변함이 없다는 것을 재확인받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카드의 경우 외환은행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통합은 없을 것이며, IT부문 역시 외환은행에 필요한 부분만 자체적으로 투자해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덧붙였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해외 현지법인 합병에 대해서도 "현지 감독당국에서 같은 금융지주 소속 은행이 별도 법인으로 영업하는 것을 막을 때를 제외하고는 합병하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물론 노조와의 갈등이 일단락 된 것은 긍정적이지만, 기존 상황과 달라진 것은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IT통합의 경우 하나금융은 꾸준히 '통합'이 아닌 '업그레이드'라고 주장해 왔기 때문. 전산을 업그레이드 할 때에는 같은 금융지주 소속 은행이 동시에 개발해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외환은행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카드부문 통합은 없다'는 것도 해석의 여지가 많다. 그러나 외환은행 노조는 "결국 외환은행에서 카드부문 자산을 떼어 내면 외환은행의 수익이 줄어드는 것"이라며 "자산을 떼어내 하나SK카드와 합병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로 긍정적으로 해석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노조는 "윤 행장이 직접 나서 밝힌 만큼 일단은 투쟁을 중단하고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며 "지주사와 경영진은 IT·카드·국외법인 통합이 없을 것이라는 선언을 철저히 준수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노조는 하나고등학교에 대한 출연 문제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의 답변을 기다리겠다는 분위기다. 노조 관계자는 "외환은행이 먼저 하나고에 출연하겠다고 한 경위 등을 파악할 수 있도록 진정서를 제출한 상태"라며 "2차 진정서를 제출할 지는 내부에서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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