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500원이 안되던 동전주가 수개월 만에 20배 이상 폭등해 1만원이 훌쩍 넘어서기 위한 조건은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
써니전자가 대표적 사례 중 하나다. 다이오드·트랜지스터 및 유사 반도체소자 제조업체인 써니전자는 송태종 대표(부사장)가 안랩 기획이사 출신으로 알려지면서 '안철수 테마주'에 편입, 지난 4월부터 급등가도를 달렸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써니전자는 지난 1월3일 장 중 391원을 기록하던 동전주에서 4월 이후 줄 상한가를 기록, 8월27일 장 중 역대 최고가 1만1500원을 찍으며 2841% 폭등했다. 그러나 9월 이후로는 대주주의 연이은 매도소식 등에 하락세를 이어가며 지난 7일 종가 기준 5010원을 기록했다. 2개월 반 만에 56% 이상 폭락한 것이다.
문제는 회사 자체가 가지고 있는 이슈만으로는 급등의 이유를 설명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실적은 지난 2010년부터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영업손실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실적 수준은 매출액이 전년동기대비 20% 줄어 211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3억원, 38억원을 나타냈다. 올해 상반기에도 매출액 98억원, 영업손실 4701만원, 당기순손실 4억4386만원으로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모습이다.
'묻지마 급등'에 곽영의 회장은 실속을 챙겼다. 곽 회장은 지난 2007년 4월 써니전자의 액면분할, 2009년 4월 주식배당을 거쳐 252만8835주(지분율 12.99%)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3년간 지분변동이 없다가 회사가 '안철수 테마주'에 편입된 후 주가가 급등하자 지난 5월3·4·25일, 6월7일, 8월28·29일, 9월5·12·18일 등 수차례에 걸쳐 150만주 이상을 처분, 9월18일 기준 지분율이 5.28%로 크게 줄었다.
지속된 지분 처분으로 9월12일에는 최대주주가 아들 곽동훈씨로 변경됐다. 곽경훈 대표(사장)를 비롯한 가족 등 특수관계인 지분을 더하면 지난 3월말 기준 44.76%에서 9월18일 기준 27% 수준으로 급감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개미들이 비이성적으로 열광할 때 대주주는 차분히 차익실현을 하며 실속을 챙겼는데 이후에도 주가 등락이 큰 걸 보면 '묻지마 투자'의 전형"이라고 우려했다.
김유리 기자 yr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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